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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탁의 문화산책]악기개량과 피리

2019-02-12기사 편집 2019-02-12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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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 왔다. 특히 한국의 전통악기는 이러한 변화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현재 연주되고 있는 국악기들은 연주기법과 형태에 기초해 수많은 변천과정을 통해 자리 잡았다. 이는 악기를 연주함에 있어 연주 방법과 악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악기개량사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행됐지만, 국악기의 개량은 시대적, 사회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 진행됐다는 것에서 큰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악기개량은 1960년대 초를 시작으로 지속돼왔다. 이는 이 시기를 기준으로 음악에 대한 새로운 요구들이 활발히 생겨났고, 개량사업의 필요성이 제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악기개량의 대표적인 이유는 서양음악의 유입과 새로운 창작음악의 탄생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국악기는 합주와 협주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돼야 했으며, 이는 정확한 음정을 필요로 했다. 본디 국악기는 합주 보다는 독주에 맞는 악기였다. 그렇기에 서양처럼 음정에 표준화된 범주가 존재하지 않았고, 새로운 창작음악이 등장함에 따라 작곡자의 의도에 맞는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악기개량이 필수적이었다. 즉, 국악기로 다양한 곡들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악기 나름의 합리적인 연주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음은 극장과 같은 공간의 변화에 따른 음량의 확대이다. 본디 사랑방 문화를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의 악기들은 대극장에서 연주하기에는 취약한 음량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국악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미학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현대식 대극장 보다는 소수의 사랑방 극장이 그 특성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대극장으로 넘어오면서 악기의 음량을 키우기 위해 마이크를 사용했지만 넓은 극장을 감당하기엔 부족한 음량이었다. 이로 인해 국악기는 또 한 번의 개량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중에서도 피리는 대나무를 주재료로 해 관대에 서(입으로 부는 부분)를 껴서 만드는 악기로, 개량의 과정을 활발히 거친 악기 중 하나이다. 피리는 관악기를 대표하는 악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악곡 구성에서 대표 선율을 담당했다. 대표적으로 정악의 한 종류인 '수제천'에서는 피리가 연음형식을 이루며 음악의 빈 공간을 채우는 동시에 주선율 악기의 역할을 한다. 다음은 민속악에서 삼현육각의 구성이나, 여러 반주음악에서 피리를 주요 악기로써 배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피리는 다른 전통악기들에 비해 비교적 큰 음량과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었기에, 다양하게 활용됐고 개량사업의 주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 결과 '대피리'가 만들어졌다. 대피리는 이미 피리가 갖고 있는 저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개량해 만든 악기이다. 이 과정에서 본디 한옥타브 2도에서 그치던 피리의 저음을 2옥타브 4도까지 확대해 기존 피리의 한계점을 해결했다. 또한 대피리를 한 번 더 개량해 만든 '개량 대피리'는 대피리보다 6도 아래의 음을 낼 수 있게 됐으며, 배음키를 부착해 고음부에서도 기존 '대피리'보다 5도위 음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피리개량의 가장 큰 성과는 음역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국악기는 음정, 음량, 음색, 연주방법 등 여러 한계점을 극복해 지금보다 대중적인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개량의 과정을 거쳐 왔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같은 방식으로 같은 음악만을 연주할 수 없기에 악기개량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체성 없이 세계화와 대중화라는 명분만으로 수많은 창작곡들과 외래 곡을 연주하기 위함이 악기개량의 본질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찌 보면, 창작곡을 위한 개량악기가 아닌, 개량악기를 위한 창작곡을 만드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우리 악기 고유의 본질과 그 미학을 파악할 수 있는 곡이 더 많이 작곡돼야 하며, 악기 개량이라는 것이 어느 한편에 치우쳐서도 안 될 것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창작곡들이 개별 악기의 깊은 이해를 토대로 작곡되길 바라며, 이를 통해 현대 국악의 발전을 충분히 이룩하기를 전망한다.

이용탁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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