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대학 강사법과 규제의 역설

2019-02-11기사 편집 2019-02-11 08: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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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규제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들을 위해서 규제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국민들을 더 어렵게 하는 경우이다. 선의로 만든 규제였는데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 규제의 역설이라 한다. 규제의 역설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예시되는 것이 프랑스 혁명 당시 로베스 피에로의 규제의 역설이다. 당시 우유값이 올라서 국민들이 어려워했다. 로베스 피에로는 국민들을 위해서 우유값 인상을 금지했다. 국민들이 보다 싼 가격에 우유를 사먹을 수 있게 하려는 조치였다. 그런데 우유 생산자들은 그 가격에 팔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손해를 보고 파느니 그냥 우유를 생산하지 않았다. 시중에 우유가 없어졌고 국민들은 우유를 구할 수가 없어졌다. 암시장이 생겨 이전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몰래 우유가 거래되었다. 국민들에게 보다 싼 가격에 우유를 보급하려던 로베스 피에로의 규제는 국민들이 훨씬 더 비싼 가격에 우유를 사먹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규제의 역설 사례 중 하나는 성매매 금지법이다. 분명 좋은 의도로 만든 법이고, 성매매 금지에 따라 많은 집창촌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대신 노래방, 마사지, 오피스텔 성매매 등 생활의 주변에서 성매매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일반인들이 더 쉽게 성매매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성매매를 막으려고 했던 규제가 오히려 더 성매매에 쉽게 연결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대표적인 규제의 역설 사례가 된다.

그런데 지금 또 하나의 규제의 역설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대학 강사법이다. 강사법은 대학 시간 강사들의 처우를 돕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2018년 말에 국회를 통과하였고, 2019년 2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대학 시간 강사들은 학기마다 강의를 받으면 강의를 하고, 강의를 받지 못하면 강의가 없었다. 특별한 계약 기간이 없이 학교에서 강의를 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강의 여부가 결정되었다. 그래서 강사법은 시간 강사를 최소 1년간 계약하도록 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3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분이 불안정했던 시간강사들의 신분과 고용 기간을 안정화했다. 또 시간강사들은 수업이 진행되는 학기 중에는 보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수업이 없는 방학 기간에는 보수가 없었다. 강사법은 방학 기간에도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여 수입의 안정을 꾀했다.

강사법은 분명히 시간 강사의 처우를 증대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강사법이 시간강사들을 위해서 선의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강사법 시행으로 대부분의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간 강사들은 한학기 3학점이나 6학점을 강의했다. 그런데 정식으로 계약을 하고 교원이 되면 12학점 이상을 강의해야 한다. 그동안 12학점을 3명의 강사가 나누어서 강의했다면이제 1명의 강사가 12학점을 다 강의한다. 원래 3명의 강사가 강의했지만 이제는 1명만 강의해도 된다. 2명의 강사는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다. 이 2명의 강사에게도 강의를 주면 되지 않나? 하지만 대학에서 강의 수는 정해져 있다. 강사에게 강의를 더 주면 전임 교수들이 강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막상 학교에 있는 전임교수들은 강의를 하지 않고 시간강사들에게만 모든 강의를 주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된다.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1명의 강사에게 6학점까지만 강의하게 하라는 지침을 주었다. 이러면 강의할 과목이 없어 강사가 해고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한학기 6학점만 강의하는 사람에게 방학 동안에도 생활비에 충당할 수 있는 보수를 지불한다면 시간강사의 시간당 임금은 한국에서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대학의 전임교수, 직원들보다 더 많은 시간당 임금 수준이 된다. 강사법 하에서 대학은 강사를 줄일 수 밖에 없고, 많은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강사를 위한 강사법이 강사를 없앤다. 강사법은 한국의 대표적인 규제의 역설 사례로 남을 것이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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