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경북 포항시의 한 모텔 직원이 모텔 방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역겨운 냄새를 맡고 경찰에 신고했는데, 확인 결과 방 안에서는 바싹 마른 영아 시체가 발견됐다. 위 영아는 태어난 지 넉달 만인 2017년 11월 영양실조로 사망했으며, 엄마는 숨진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담은 뒤 모텔을 전전했다고 한다. 모텔 직원이 신고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 아이의 죽음을 몰랐는데, 그 이유는 이 아이가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출생한 적이 없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한편, 2017년 3월 조 모씨가 경찰서를 찾아와 7년 전의 일을 고백했는데, 당시 태어난 지 두 달된 딸을 남편이 폭행했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숨졌다는 내용으로, 이 아이 역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죽은 뒤에야 존재가 밝혀진 `투명인간`같은 아이였다.

이렇게 아이가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되고, 경찰 신고나 친모의 자수가 없었더라면 사망했는지 여부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데에는 허술한 출생신고제의 영향이 크다고 할 것이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부모(혼인 외 출생자의 경우는 모)가 아이 출생 1개월 내에 출생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만일 위 기한을 넘겨 신고하면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관계당국이 과태료 부과 등 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출생 신고 대상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병원에서 예방접종 서비스도 받을 수 없고 학교 교육을 받을 수도 없으며 아동학대와 불법매매에 노출될 위험성도 크다.

이렇게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투명인간`으로 살다 숨지는 아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행 출생신고제가 아닌 출생등록제를 새로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출생등록제란 부모의 법적 지위, 출생 지역과 장소 등 어떤 요소나 출생 여건과 관계없이 국가 내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의료기관이 직접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방식과 의료기관은 담당 기관에 출생 통보만 하고 이후 보호자가 상세 사항을 신고하는 방식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출생등록제가 시행 중으로, 미국과 캐나다는 출생한 의료기관 등에서 출생증명서를 지역 담당관에 제출하고, 영국은 아동이 출생하면 병원등록시스템을 통해 출생아에 대한 의료보장번호가 발급되며, 독일은 부모와 병원에 동시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생등록제가 도입되면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산모들이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져 출산 환경이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출생등록제를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며, 출생등록제를 도입한 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출생 사실 통보 때 산모의 이름을 알리지 않아도 되는 소위 `익명출산제`도입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한편, 출생신고제는 입양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현행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출생신고가 된 아이만 입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보호자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만들어놓은 작은 철제상자를 의미하는 `베이비박스`가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째인데, 이곳에 맡겨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다른 사람이 입양을 할 수 없고 부득이 보육시설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입양과 관련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임산부가 익명출산 의사를 밝히면 담당 기관에서 신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자녀의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출생신고제는 가정 분만율이 높던 시대에나 적합한 제도로, 현재 우리나라의 병원 분만율은 99%에 이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산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 출생등록제를 위한 기반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본다.

출생신고는 모든 아동이 법적으로 신분을 갖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로,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조차 신고하지 못한 채 사라져 간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이제는 출생등록제의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조성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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