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벗들에게 고마움 전하길

6년 또는 3년, 4년의 교육과정을 마치는 일련의 졸업식에서 우리는 흔히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졸업은 마쳤다는 의미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끝없는 시작과 마침의 과정이 반복되는 긴 여정이다. 초등학교 6년의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을 하는 어린이들은 이 긴 여정 속에서 단지 하나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 앞으로 더 많은 시작점에 서게 될 것이다.

작은 매듭 하나를 만들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서 있는 졸업이라는 자리에서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것들이 있다. 지금의 이 자리에 있기까지 나를 위해 희생하고 인내하며 함께해 준 많은 분들과 졸업의 영광을 함께 누리고, 감사를 드리는 일이다. 나를 낳아주시고 한없는 사랑으로 길러주신 부모님, 한결같은 사랑으로 참되고 유능한 인재로 자라도록 가르쳐 주신 선생님, 긴 기간 동안 함께 웃고 울며 공부하면서 우정을 쌓아온 친구들, 내 자식 같이 돌보아 주시고, 걱정해 주신 지역 사회의 여러 분들께도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많은 고마우신 분들의 보살핌과 따뜻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음에 감사하면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많은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워서 실천의지를 다듬는 것이 졸업시과 졸업식 기간에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올바르게 나아가 훗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바람직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의 기대와 은혜에 부응하는 것이 된다.

한때(197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일부 학생들은 졸업이 마치 모든 것의 끝인 것처럼 졸업식을 앞두고 또 졸업식 당일이 되어서도 바르지 못한 일탈행위가 유행처럼 번진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탈행위들이 본인들에 의해 졸업 후 회자되며 영웅적인 일이라도 한 듯이 으스대는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졸업하는 자녀를 바라보며 기쁨과 보람으로 가슴 벅차 있을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밀가루를 뒤집어 쓴 모습과, 달걀을 던지는 모습, 교복을 찢고 괴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해 본다. 선생님과 지역의 어르신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없으셨을까?

돌이켜보면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행해졌던 일종의 해방감, 또는, 억압된 사회에 대한 일종의 불만 표출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 본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성숙된 사회로 접어들었고, 이성적인 사회로 정착 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일탈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러한 잘못된 행동들이 자랑거리가 될 수 없는 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이제는 소중한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줄도 알아야하고, 함께 지낸 벗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여유와 석별의 정도 나누어 보았으면 한다. 차분하게 졸업에 임하고 경건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졸업식과 졸업식 시즌이 되기를 바라본다.

이영석 대전중리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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