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진단 후 독서·선행법 병행해야

지금은 입시의 변별요소가 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으로 변화되는 과도기에 있다. 이러한 시기에도 무엇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든 간에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과 시험 출제경향을 읽고 주변의 조언에 따라 학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오랜 교육경험을 토대로 보면 국어공부는 교육과정의 변화를 읽고 무조건 선행을 우선시하는 경향과 눈앞의 결과보다 다양한 독서를 통한 기본기 형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단순히 보면 독서파와 선행파로 성향이 양분된다. 이렇게 일부러 이분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시기와 효율성을 고려하면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은 있다는 사실이다.

거시적 안목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전인적 인간은 다양한 독서를 바탕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갖춘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구도의 교육현실에서는 마냥 이상만을 좇을 수는 없기에 선제적인 대안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보면 초등학생은 시험에 대한 부담이 적고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해법논술이나 한우리 같은 독서논술 프로그램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독서경험의 기회를 열어주고자 한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면 서서히 학업의 부담을 느끼면서 막연한 독서보다는 눈에 보이는 교과 선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정확한 비율은 통계조사가 필요하지만 대체로 중2-중3시기가 독서에서 교과 선행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면 대부분이 교과와 입시 선행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국 국어공부 방법이 독서 중심에서 교과 중심으로 일률적으로 흘러간다.

초등학생에게 수능 문제를 풀게 하든 동화책을 읽히든 무엇이 옳다 그르다 논쟁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언어습득 단계에 대한 반성과 정확한 진단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고, 이를 무시한 무조건적인 독서와 선행은 둘 다 해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인 모국어의 언어능력은 어휘력과 문해력을 바탕으로 발전한다. 한국어의 어휘능력은 한자어, 고유어, 외래어의 어원을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문맥적 상황을 고려하여 추리·확장·적용·변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시간에 순도를 높여 집중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기간을 두고 다양한 독서경험에 의해 쌓여가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어휘는 종량화해 그 양과 범위를 한정하고 순차적으로 습득해가도록 유도하고 점검하는 교육이 바람직하고 효율적이다. 그 방법은 교육부가 선정한 기본한자 1800자를 독서과정과 교과학습에 적용해 추리하고 변용하는 연습을 하면서 독서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문장독해능력은 정독의 원리를 이해하고 체득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하지만 평소에 문학에 치우친 편독을 하거나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방법, 강의 의존적 학습 패턴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특히 정독 능력이 약화돼 있는 경우가 흔하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이 부분에 문제가 발견되면 한국어 문장의 기본 패턴을 익히고 길고 난해한 문장의 재구성 연습과 일반화 연습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독서교정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논술과 교과 선행은 어느 편이든 약이 될 수 있다.

독서는 일반적으로 교과 과정에 편입된 문학작품들에 대한 선행 독서와 배경지식을 형성하기 위한 주제별 독서 등으로 나눠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는 사실적인 판독에 대한 점검과 독후활동으로 진행되는 토론, 글쓰기를 통한 사고력, 표현력 기르기 연습은 언어능력을 종합적으로 발달시켜주기 때문에 초등시기에 시작하는 편이 좋다.

국어 교과학습은 중고등시기의 지문과 개념, 문제유형을 중심으로 공부하며 문법과 문학, 비문학(독서) 학습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선행을 유도하는 경우는 글의 종류와 형식, 문법 개념을 익히고 교과 지문의 독해와 감상을 강독이나 과제 점검의 방식으로 진행한다. 물론 선행은 경쟁에 있어서 정보의 우위를 점할 수 있으므로 유리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언어능력의 기본기 갖춰지지 않은 채로 마음만 앞서 부화뇌동 하게 되면 그 결과는 학습장애에 버금가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최강 미담국어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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