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거난 해소차원 신도시건설 남발

지난달 말 정부는 대단위 현안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을 발표하면서 전국 시도별로 균형을 맞춰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토목사업을 통해 경기부양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국토균형발전의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는 경제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균형발전을 이끌 기간산업이자 침체된 지역경제를 견인한다는 점에서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지난해 말 나온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예타 면제 대상 발표 직전에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과천·인천 계양지구 등 4곳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1년부터 12만 2000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서울로 몰려드는 주택 수요를 인근 신도시를 통해 분산시키고 나아가 서울의 집값 폭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수도권에는 이미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완료됐고, 판교·위례·김포 등 2기 신도시가 건설 중에 있다. 하지만 12곳의 2기 신도시 66만 6700 가구 가운데 30만 가구 이상이 아직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신도시 조성계획은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3기 신도시가 서울 경계에서 2㎞ 이내에 위치해 있어 2기 신도시 건설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수도권 신도시는 서울의 주택 수요 분산이란 측면도 있지만 수도권 집중이 낳은 블랙홀 같은 존재다. 수요가 폭주하니 공급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수요는 지극히 위험하다. 수도권 규제를 풀고 신도시 건설에 나서니 사람들이 몰리고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발 수요를 부추긴다. 서울을 염두에 둔 신도시여서 서울과 연계교통망이 필요하다. 천문학적 재원을 투입해 도로며 철도를 부설해야 한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은 수도권의 밀집화만 가져올 뿐이다. 역대 정부의 정책수단이 모두 그랬다.

안 그래도 지금 지방은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급격하게 인구가 감소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다수 지방 도시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전국 시군구의 40% 정도가 소멸위험지역으로 향후 30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도권 신도시라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권역별 산업을 특화시키고, 균형발전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구도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전통시장 등을 정비해 문화시설과 접목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시재생사업에 5년간 50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지방도시의 인구 유출을 막고 자족성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수도권 개발 열풍을 감안하면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은 참여정부의 가치를 계승했다는 점이었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앞세웠던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을 규제를 강화하면서 세종시 건설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 권역별 혁신도시 등을 이뤄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는 못했지만 분권과 균형발전이란 가치를 실현하고 선도하는 도시로 기능을 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결론은 이미 1, 2기 신도시를 통해 입증됐다. 이번 3기 신도시도 그렇지만 또 언제 4기 신도시 계획을 내세울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 위주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 수도권 규제 강화를 통해 기업과 사람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수도권도 살고 지방도 사는 길이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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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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