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단무지공장 일미농산 오영철 회장

오영철 (주)일미농산 회장은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 회장이 자산 제품이 진열된 마트에 방문해 절임류 판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오영철 (주)일미농산 회장은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 회장이 자산 제품이 진열된 마트에 방문해 절임류 판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오영철(74) 일미농산 회장은 수십 년 간 일궈온 생산공장이 전부 불에 탔을 때에도 기부를 이어왔다. 2011년 세종시 조치원읍의 단무지 공장이 화재로 전소됐지만 소소한 기부활동을 펼쳐오다, 공장재건에 성공한 2014년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2호로 가입했다. 아너소사이어티 외에도 지난해 고려대 발전기금 1억 원 기부 약정식을 갖고 해밀학교 후원금 1억 원을 기탁하는 등 기부를 생활화 한 세종지역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의 대명사다.

최근 일미농산 회장실에서 오 회장을 만나 그의 나눔철학을 들어봤다. "우리 공장에 불이 나서 아너소사이어티 1호는 못했지만 2호에 가입했어요. 아너와 상관없이 형편 되면 조금씩 나누고 그렇게 했었죠.여기저기 나눈다는 게 당연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자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945년 충남 연기군 동면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오 회장은 1982년 지금의 세종에 일미농수산을 설립해 연 매출 700억 원 대, 농사 짓는 면적만 500만㎡인 중견업체로 성장 시켰다. `일가집` 브랜드로 유명한 일미농산은 동종업계 국내 최대 생산 시설을 갖추고 100여가지 절임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단무지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오 회장은 낙후돼 있던 절임식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왔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또 안전하고 맛있는 단무지를 팔아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

"말하자면 여기가 단무지에 대한 발상지라고 할까? 연기면 여기에 단무지 씨를 갖고 와서 심었어요. 이 곳에 원래 김치공장을 했었는데 배추 값이 올라 어려워지면서 김치보다는 단무지 공장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세종에서 단무지 공장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다세대주택 한 채가 200만 원 할 때인데 기계 두 대가 3억 원이에요. 사람들이 `그 돈 가지고 편하게 먹고 살지`라고 말렸지만 나를 키워준 지역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죠."

오 회장이 꾸준한 봉사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한 번 겪어도 힘들 법한 역경을 매번 꿋꿋이 이겨낸 그의 근성 덕분이었다. 2011년 일미농산 생산공장에 큰 불이 나 당시 기준으로 9억 5000만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한쪽에선 공장 재건을, 한 쪽에선 생산을 이어나갔다. 불에 그을린 살균기와 조미탱크를 보수해서 공장을 재 가동 했다. 더욱이 회사가 처절한 절망 앞에 섰지만 300명의 직원 중 사표를 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 회장이 큰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나 가진 것 없이 일궈낸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했죠. 많은 직원의 일터만은 만들어주자는 마음으로요. 수익을 낸 만큼 감사함을 느끼고 기부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기부라는 것은 상황을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다 쓰고 남아서 기부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사랑이 온전히 전달되고 기부자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불이 공장을 통째로 집어삼켰을 때에도 직원 한 명 잃지 않은 오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 사람과 고향 세종시를 생각하는 의리파다.

30여 년 간 단무지, 쌈무 및 절임 반찬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오 회장은 지역에서 생산한 국산 농산물을 사용해 NH농협 자랑스런 농식품 기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더 크게는 국가를 아껴야겠지만 어쨌든 세종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냥 불평하는 것 보다는 서로 양보하고 더 잘할 수 있게끔 힘을 모아줘야 한다는 거죠. 지금까지 이 재산을 갖고 여기까지 온 것은 사회가 있으니까 된거죠. 이 회사도 내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있고 세종시가 있고 국가가 있으니까 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부는 결코 돈과 시간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돌려 받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오회장은 지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2017년 만장일치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 NH농협 자랑스런 농식품기업상, 성실납세자상, 세종시 시민대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국민으로선 더 말할 것 없이 영광스러운 모란장이라는 상을 받았죠. 상을 받은 사람은 자세가 거기 걸맞은 품위와 역할이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가의 상을 받았으면 품행이 단정하고 모범이 돼야 하는 거잖아요. 늘 겸손하고 더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얼마 안남은 여생을 봉사하면서 살겠습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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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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