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사용 설명서]김홍신 지음/해냄출판사/ 416쪽/1만6000원

인생살이에 정답은 없다. 그저 주어진 하루를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살아갈 뿐이다. 때로는 그 대처법을 몰라 부딪치고, 넘어지고 좌절하기도 한다. `좀 더 재밌게 살걸…`이라며 후회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사용설명서 처럼 하루를 즐겁게 사는 설명서가 있다면 허비하고 낭비하는 시간이 줄지 않을까.

소설가 김홍신이 펴낸 산문집 `하루 사용 설명서`는 이와 같은 질문에 답을 주는 책이다. 일기를 쓰듯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동안 빠지지 않고 매일 하나씩 짧은 글을 엮었다. 글은 한편이 일곱 문장에서 열 문장 정도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제자들에게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공감할 수 있고 화두가 될 만한 가볍고 짧은 글을 날마다 하나씩 써보라`고 했던 말을 저자도 직접 실천했다.

그의 베스트셀러 `인생사용설명서`가 인생에 필요한 근원적 화두를 던진 책이라면, 이번 책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일상 속에서 실현해 낸 것이 차이다.

저자는 `재미없는 인생은 비극`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이 죽기 전 후회하는 세가지(참을것, 베풀것, 재밌게 살걸) 중 가장 큰 후회가 `그때 좀 재미있게 살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자유로우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살라는것이 그가 말하는 재미난 삶의 포인트다.

명절때 먹는 떡국에 빗댄 삶의 태도는 그의 가치관이 정확하게 드러난다.

`너무 모양내고 애써 다듬으려 하지 말고 좀 어슷썰기를 하면 어떤가. 또박또박 살지 말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자유롭게 살아야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할 것이다. 자로 잰 듯하고, 천칭에 올려놓은 듯한 것보다는 됫박에 고봉으로 올려놓고 한 주먹 덤으로 얹어주는 장터의 인심처럼 넉넉하게 사는게 어떨는지.`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의 기록이 담긴 이 책에는 예술, 종교, 언어,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사유가 고루 녹아들어 있다. 작가는 남을 도울때 오히려 내가 행복해지는 `헬퍼스 하이` 현상을 소개하면서 나를 먼저 돕는 헬퍼스 하이를 느껴야 남을 돕는 내공을 쌓을 수 있다고 덧붙이는 등 단순 지식 정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통찰을 전한다.

이외에도 명상과 봉사활동 경험부터 주례와 강연, 인터뷰, 휴대전화, 알람시계, 운세와 관상 등 일상 속에서 발견한 깨달음을 담았다.

김홍신은 작가의 말에서 "세상이 각박하니 누군가 소리 내 울어도 관심을 갖는 이가 드문 세상이 됐다"며 "근심 걱정이 많아서 불면증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괴로운 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자신의 생각의 함정과 마음의 함정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야 하고,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끝맺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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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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