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사람이 로또복권을 사고 있을까? 물론 평생에 한 번도 복권을 사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작년 우리나라에서 로또복권이 하루 평균 108억7000만원어치 팔렸다고 한다. 판매액과 판매량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로또 판매량을 추정 계산해 보면 지난해에 국민 1명당 1년에 로또를 76.8번 구매한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로또에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0.0000123%에 불과하다. 흔히 이야기하듯이 지나가다가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그토록 희박한 확률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로또를 구매하는 이유는 현실의 팍팍함 때문도 있겠지만, 내가 바로 그 `지나가다 벼락 맞을 확률`의 행운아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간해서 자신과 결부시켜 생각해보지 않지만, 의외로 높은 확률을 가진 상황이 있다. 사는 동안 장애인이 될 확률이 그것이다. 2018년에 보고된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5.39%가 장애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 20명 중에서 한명은 장애인이다. 미국에서는 장애인 인구를 15%에서 많게는 20%로 보고 있다. 또한 장애 중 후천적 장애가 약 90%인 것을 고려하면, 살다가 어느 날 장애가 될 확률이 그렇게 높다는 것이다. 평생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지나가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지만 장애가 될 수 있는 확률은 그와 비교할 수 없게 훨씬 크다.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은 동물은 무엇인가?" 썰렁 퀴즈와 같은 이 물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한 질문이다. 이에 오이디푸스가 대답한다. "인간이지! 갓난아기 때는 두 손을 쓰며 두 무릎으로 기니 네 발이요, 자라면 서서 다니니 두 발이요,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니 세 발이다." 오이디푸스는 정답을 맞혔고, 서글프게도 그 말 속에 인간의 본질이 표현돼 있다. 바로 인간은 근본적으로 나약한 존재란 점이다. 인간은 약하게 태어나고 잠시 건장한 생활을 하는 것 같으나, 다시 약하게 살다 죽게 되는 존재다. 어릴 때 전적으로 타인의 보살핌이 없으면 살지 못하고, 노인이 된 후에는 신체, 언어, 인지능력이 쇠퇴해 어린아이 때와 같이 타인의 보살핌을 받아야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초반부와 후반부를 제외한 중반부에 건장한 경우도 실은 장애인으로 태어나거나 장애가 후천적으로 생기지 않은 운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모든 인간은 동등한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 그 `인간됨`이라는 것이 개인이 자신의 능력으로 인간됨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닐까? 독립적으로 보고, 듣고, 의사소통할 수 있고, 감정 통제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만을 `정상` 혹은 `비장애`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소위 `정상`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일생 중 유년기와 청년기에 잠시 `정상`으로 분류된다 해도 그것이 생의 마지막 시점까지 지속될 것이라곤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장애인의 인권과 장애인 복지를 이야기할 때 경계해야 할 입장은 바로 `불쌍한 그들을 도와줘야지`라는 입장이다. 장애인이라고 항상 불쌍하거나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비장애인이 더 불쌍하거나 불행한 때도 많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항상 `그들` `남`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앞으로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현재의 나 자신도 찬찬히 살펴보면 어디엔가 장애가 있을 수 있다. 사촌이나 가까운 친척까지만 살펴봐도 어느 가정에나 장애인이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인권은 결국 나의 인권, 나의 미래의 인권, 내 가족의 인권이다. 내가 살다가 좀 다치거나, 나이가 들어 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된다고 해도 안전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는 진짜 이유다. 장애인 인권을 위한 노력은 결국 나와 관련 없는 `그들의 인권`이 아니라 `내가 마음 놓고 약해질 수 있는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전혜인(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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