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홍연어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홍연어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인간과 해양이 주고받는 영향에 대해 물어본다면 산소공급, 식량원, 해상교통, 레저, 쓰나미(tsunami), 쓰레기 등 누구나 몇 가지씩은 답할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인간과 해양이 주고받는 영향이 아니라 `나`와 해양이 주고받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코스타리가 해안에서 구조된 바다거북의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했던 바로 `내`가 그 문제의 제공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피해자로서 인식하는 사람은 많아도 문제 제공자로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플라스틱 제품을 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는 문제 제공자인데도 말이다.

`나는 지식이나 감성적으로 혹은 체험을 통해 해양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해양적 소양 캠페인이 북미에서 시작돼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필자는 캐나다 밴쿠버수족관에서 아시아 학생들과 코케이시안(Caucasian: 유럽문화권의 후손) 학생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수족관 캠프에 참여한 이 초등학생들은 해양과 자신들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권 학생들은 대부분 해양과의 관계를 이용의 대상으로서 인식하고 있음이 뚜렷했다. 바다가 없는 내륙 지역 사람들은 바다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도 답했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코케이시안 학생들은 해양과의 관계를 자연주의자적, 심미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었다. 더 알아보고 싶은 경이로운 대상으로서의 관계를 많이 표출했다. 한 사례로 연어와의 관계맺음을 본다면, 한국 학생들은 음식으로서의 연어 혹은 맨손으로 연어잡기 축제 등을 떠올린다. 반면 캐나다 학생들은 하천을 거슬러 오르는 홍연어(Sockeye Salmon, Oncorhynchus nerka) 떼에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바라본 경이로움을 떠올린다.

개인이 해양과의 관계맺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또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해양생태계를 보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진행한 남해군 진목마을의 `도둑게 관찰`생태 체험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캠프에 참여한 가족들은 한여름 그믐이나 보름 밤 만조시간에 맞춰 산에서 내려온 도둑게의 산란과정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들과 인지적, 감성적, 경험적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면 그들에게 더 이상 도둑게는 단순한 도둑게가 아니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대상이며 로드킬로부터 지켜주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북미해양교육자연합이 중심이 되어 개발한 해양적 소양 측정 설문이 13개 언어로 번역돼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 중에 있다. 검사결과가 나온다면 우리 학생들의 해양적 소양은 어떻게 나타날까? 아니 우리 사회의 어른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다면 한국인의 해양적 소양은 어떻게 나올까? 오늘 나의 하루는 해양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한번 쯤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김종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연어의 회귀를 표현한 초등학생들 작품(캐나다 빅토리아 소재 프랭크홉스 초등학교 담장)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연어의 회귀를 표현한 초등학생들 작품(캐나다 빅토리아 소재 프랭크홉스 초등학교 담장)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밴쿠버 수족관의 아쿠아캠프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밴쿠버 수족관의 아쿠아캠프 [사진=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