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양이를 죽였나]윤대녕 지음/문학과 지성사/284쪽/1만3000원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충남 예산 출신 소설가 윤대녕에게 `세월호 참사`는 펜을 놓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2014년 4월 16일 이후 나는 `작가인 나의 죽음`을 경험했고, 더이상 글을 쓸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깊이 사로잡혀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2015년 1월 그는 집필하던 소설을 내던지고 북미로 떠났다. 망명지인 북미에서조차 사나운 꿈에 쫓겨 한국에서의 기억들이 매 순간 그를 압박하며 괴롭혀댔다. 그는 그사이 얼굴이, 눈빛이, 마음이 변해갔다. 좀이 슬듯 뭔가 조금씩 계속 비틀리며 변해갔고, 그런 모습을 자각하는 일은 더욱 괴로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선 한편의 소설이 필요하다."

신간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 윤대녕에게 나타난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이 출간되기까지 장장 5년이 걸렸다. 이 책에는 서울북미간을 시작으로 3년여동안 쓴 여덟편의 단편 작품이 실렸다.

북미에 체류하는 동안 쓴 `서울 북미간`은 세월호 사건이 준 충격과 아픔을 다룬다.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 K는 돌연한 딸의 죽음과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 캐나다로 도피한다. 캐나다에서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여성 H를 만난다. 그러나 초기 소설과 달리 둘의 만남에는 어떤 떨림이나 에로틱한 분위기도 없다. H 역시 삼품백화점 붕괴 때 남편을 잃고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온 인물임이 곧 드러나기 때문이다. 딸이 죽음을 매개 삼아 세월호 참사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연결시킴으로써 한국 사회의 취약하고 부패한 근대성을 드러내보이면서도 자기 성찰을 잊지 않는다. 81학번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시대에 동참하지 못한 채 언저리를 맴돌았고 (…) 어느덧 타협과 권태를 적당히 즐길 줄 아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는 그는 딸과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이 결국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인식에 도달한다. K의 깨달음이 기성세대가 된 민주화 세대의 통렬한 부채의식의 일환이었다면 `총`은 직설적으로 군사정권 세대의 폭력성과 권위의식을 비판한다. 폭력과 억압으로 가족에게 군림하는 늙은 국가주의자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드러내놓고 표출하는 식이다. 윤대녕은 이 작품을 촛불집회 당시 썼다.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는 혼자사는 여성의 공포, 성폭력·가정폭력에 고통받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미투` 운동을 기억에서 소환시킨다. 이번 신간은 각각의 작품에 죽음이 드리워져 있다. 이는 사회적인 죽음 외에도 지난해 암투병 중인 어머니의 죽음과도 연관성이 있다.

그는 "지난달에 귀천하신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립다. 이 그리움을 가슴에 숯불처럼 끌어안고 또한 남은 생을 아득히 살아가야만 한다"며 "앞으로 어떻게든 열권까지는 소설집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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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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