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랑이나 위로 같은 무형의 가치보다 눈에 보이는 것일 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기부는 그 모든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내 것을 나눠서 남을 돕는다. 유·무형의 가치가 모두 담겨 있다. 간혹 남몰래 거금을 쾌척하고 사라지는 이들을 접할 때면, 대단하기까지 하다.

대전도 사랑의 온도탑이 지난해 11월 20일 세워졌다. 이제 31일이면 73일 간 이어진 모금기간이 끝난다. 올해 목표액은 59억 3500만 원. 온도탑은 29일 기준 98.1도를 가리키고 있다. 올해도 가까스로 100도를 채울 것이다. 사랑의 온도탑 목표액은 매년 상향해왔지만, 올해는 경기불황 탓에 목표액을 동결했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기에 앞서, 기업의 기부가 절실하다고 했다. 기업의 기부 비중이 큰데, 자꾸만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그 중에서는 대전에 본사를 둔 공기업의 기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공기업도 있는 반면, 발 길을 끊은지 오래인 기업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눈 하나 깜짝 안한다"라는 표현도 썼다. 그들이 볼멘소리를 낼 만 했다. 오히려 공식방침 없이 공기업 내 재직 중인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십시일반 걷어 기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공기업의 기부 비중은 지난해 모금액 중 3억 5000만 원, 총 5.8%에 불과했다. 나머지 94.2%는 개인, 사기업, 공공기관 등이 모금액을 채웠다.

공기업은 사회적 책무가 주어져 있다는 게 사기업과의 차이다. 사기업의 기부 비중이 높다는 점은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외면하고 있는 꼴이 된다. 경기불황의 영향은 공기업 보다 사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또한 공기업의 기부 참여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모르쇠에 그쳤다. 모금회 관계자는 아마 지난해 비해 더 비중이 줄지 않았을까 우려를 내비치도 했다. 공기업 대부분은 예산 편성이나 확보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내놨는데, 그 이유의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물론, 기부에는 이유가 없지만 말이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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