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1인분, 마늘 5-6톨, 페페론치즈 3개, 바지락 11-15개, 화이트 와인, 파슬리, 올리브유, 소금.

이는 봉골레 파스타를 요리하기 위한 레시피 재료들이다. 잘 계량화된 재료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레시피들이 공개되어 있다.

마늘 5톨을 편으로 썰고, 페페론치노를 다져주세요. 물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고 끓기 시작하면 스파게티 1인분을 넣어 9분 동안 끓여줍니다.

위와 같은 레시피가 따라하기 쉬운 것은 재료들이 이미 잘 다듬어진 상태로 주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요리와 데이터 분석이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 다듬어진 계량화된 요리 재료와 멋진 레시피만 있다면 누구나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것이다. 전문적인 요리사가 아니라도 주말에 멋쟁이 아빠로 사랑받을 수 있는 시도가 이젠 일상화 되어 있다. 과연 이런 현상은 요리의 일상화라는 문화적인 접근으로만 가능한 것일까?

어린시절 요리는 엄마의 손맛이 맛의 주요 요인이었고, 레시피를 물으면 감으로 각종 재료들을 다룬다는 게 답이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 분석은 어떠한가? 요리 재료와도 같은 데이터 컨텐츠들이 넘쳐나고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데이터분석은 특별한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잘 다듬어진 재료와 레시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요리가 일상화 된 것과 다름을 알 수 있는데 필자는 그 이유를 데이터 재료에서 찾고자 한다. 바로 잘 계량화된 데이터 컨텐츠가 쓰임새를 고민하면서 거래되고 유통되어야 한다. 쌓고 적재되는 것이 아니라 쓰여지는 데이터로써의 관리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보통 상권분석을 위해서 통신사의 유동인구, 카드사의 결재 내역, 기상청 기상데이터 등을 활용한다. 하지만 막상 그 데이터들을 접하면 잘 쌓여져 있는 데이터이긴 하지만 쓰임새 있게 레시피로 정의 할 수 있는 수준의 계량화가 잘 안되어 있다. 그래서 자꾸 반복적인 데이터 정재 작업과 모델링 작업에 아주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하게 된다. 유동인구 데이터와 결재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여기에 기상데이터는 어떻게 모델링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기술적인 접근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마치 마늘 한 자루와 치즈 한 덩어리, 소금 한 자루처럼 계량화 되어 있지 않은 재료들을 가지고 맛난 요리를 어떻게든 만들어 내라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

데이터 레시피는 필자가 꼭 이루고픈 데이터 분석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자 하는 첫 시도다. 필자는 서울 모 대학의 사회학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강의를 하고 있다.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빅데이터라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빅데이터는 기술이 아니구나 라는 깨우침을 주게 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은 데이터 시각화를 주요 주제로 손쉬운 솔루션을 선정해서 관심있는 분야의 데이터를 직접 취해서 최종 결과를 발표하게 하는데, 기술을 익혔다는 만족보다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거부반응이 적어지고 데이터를 통해 본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서 취득한 데이터들이 제대로 정제돼있지 않고 이를 연관성 있게 모델링 하는 작업이다. 사실 모델링과 정재는 분석가의 몫이 아닐 수 있다. 잘 계량된 데이터 소스들을 대중화 하고 거래가 이루어지게 하면 자연스런 시장 논리에 의해 사용자에 맞추고자 하는 노력이 일반화 될 것이다. 이런 데이터 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데이터 레시피가 쉽게 공유되고 따라할 수 있게 된다면 데이터 분석가는 그 안의 함의를 찾고자 하는 실질적인 노력과 재미있는 데이터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요리 문화가 대중화 되었듯이 이젠 데이터 분석 문화가 대중화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 미래 먹거리는 데이터에 있다. 모든 산업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다. 데이터 레시피를 통해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4차산업 혁명시대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겠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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