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달상 작가
류달상 작가
`금강길 굽이굽이`. 작년 11월부터 내가 진행하고 있는 대전국악방송(FM 90.5 MHz) 프로그램이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 국악방송의 진행을 맡은 것은 예외적 인 일이다. 여기서 헤아리고 싶은 것은 국악판이 생판인 사람에게 프로그램 진행을 맡긴 이들의 심미안이다. 그 안에는 장르 사이를 가로지르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이웃 예술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들어 있다.

`노래는 말을 길게(永言)한 것이다.` 우리의 옛 음악책 이름이 청구영언(靑丘永言)이라는 점은 의미있다. 말과 노래의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 위에서 기호들은 존재론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이런 일은 시간, 장르, 세대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과거와 현재, 문학과 음악, 국악과 K-Pop이 서로 넘나들고 회통하는 자리가 새로운 예술의 출생지다.

이제 국악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건 국악전문가들만이 아니다. 그것은 몰개성의 급류로 흽쓸려가는 음악들의 헐벗은 상상력에 지치고 식상한 음악 대중들의 뜨거운 추인이다. 국악은 현대음악의 반대지점이 아니라 오히려 그 첨단에 있다. 대중음악만 해도 그렇다. 아이돌 그룹의 원조 격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그룹으로 부상한 방탄소년단(BTS)의 `아이돌` 같은 K-Pop 안에 국악음률이 녹아들고 있다. 이것은 젊은 음악인들이 국악에 대해 바치는 `존경과 사랑의 표시`들이다. 한 철학자가 썼듯이 `삶이 사랑과 존경을 주체할 수 없을 때, 거기서는 항상 창조를 감지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 풍성해진 국악공연장에 가보라. 품격과 개성이 넘치는 국악인들의 카니발에 관객들은 환호한다. 외국인들도 처음 받는 미학적 세례에 몸을 떤다. 새로운 미학적 충격을 주어야만 진정한 예술이다.

국악의 르네상스는 시작되었다. 매일 진행하는 생방송 현장에서 청취자들과 국악방송 초보진행자는 하나가 된다. 나는 스튜디오에 있고 청취자들은 저마다의 장소에 있지만, 국악을 통한 초월적 공간 안에서 우리는 예술적 연인이다. 예술적 사랑은 창조를 향한 강렬한 욕망을 품는다. 이미 현재 진행형인 국악의 르네상스를 미학적 영원회귀라고 하자. 그렇다면 청취자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대의 힘은 미학적 기적일 것이다.

올해 3월, 대전국악방송은 두 개의 라디오 주파수를 더 확보한다. 영동(FM 99.3MHz)과 충주(FM 101.7MHz ), 3대 악성 중 두 분인 난계와 우륵의 고장에 한국문화의 중심채널이 지주를 세운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국악TV 설립을 가능케 할 예산이 작년에 책정되었다. 그런데 국회에서 절차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최근 보도가 있었다.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들도 국악TV 설립의 당위성에는 다들 동의한다니 다행이다. 절차상의 문제가 올해 안 국악TV 설립이라는 당위를 가로막아선 안 될 것이다. 창조적 에너지의 흐름은 강물과 같다. 아무리 어려워도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우리 국악, 흘러라!

류달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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