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장
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장
요즘 날씨는 춥거나 아니면 날씨는 덜 추우나 대신 미세먼지로 온통 하늘이 뒤덮여 있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실시하기도 하고,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단이 출범하기도 했지만, 그 효과는 아직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더 이상 미세먼지는 우리가 잘 모르는 괴물체가 아니다. 과학계는 지난 100년 이상 관련 연구개발을 이어오면서 미세먼지가 왜 생기고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지 밝혀냈다. 대부분의 미세먼지는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불완전 연소로 인해 크기가 작은 탄화수소 입자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연소과정에서 생성된 질소산화물과 아황산가스가 대기 중에서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하며 미세먼지가 된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소가 잘되도록 연소기를 설계하거나 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를 배기관에서 포집하면 된다.

우리가 이미 미세먼지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아주 명료하다. 우리가 살면서 수 없이 부딪히는 `돈`. 바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성능 좋은 연소기나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상당수의 발생원은 그 비용을 부담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날 사람들은 어김없이 화력발전소와 경유차에 주목해왔고, 이들 발생원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미세먼지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세먼지의 발생원은 발전소와 경유차만이 아니다. 즉, 제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보일러, 건설기계, 농기계, 선박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발전소나 경유차 못지않게, 지역에 따라서는 훨씬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만들어낸다. 이들 지금까지 덜 주목을 받아왔던 미세먼지 발생원은 대체로 규제가 용이하지 않고 또한 저감장치를 장착하는 비용을 부담할 여건이 되질 못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 전기차 또는 수소차를 통해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는 제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들 새로운 기술들은 분명히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기술들은 지금까지 활용되어온 미세먼지 저감기술 보다 월등히 비싼 기술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보급하여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우리의 작은 오염원 관리보다 중국 같은 대규모 발생 국가의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세먼지를 연구하면서 필자가 만나본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중국도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전에 한 학회에서 중국의 미세먼지 전문가를 만났다. 중국도 대형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많이 줄여왔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겨울철 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석탄 난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는 이렇다 할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사실 중국인들은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보다 더 크게 고통 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도 그들의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중국보다 앞서 경제를 일으키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응에는 중국의 대처와 다를 바 없는 화력발전소와 양산형 자동차에 대한 규제에 급급한 실정이다.

인류가 미세먼지를 이해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쌓아온 과학 기술적 역량은 상당하다. 실제로 과거 미세먼지로 크게 고통 받았던 런던과 도쿄, LA 등은 과학적인 지식과 합리적인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한 결과 미세먼지의 위협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미세먼지에 대해 얼마나 더 새로운 지식을 얻느냐보다 이제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지 결정하고, 실행하는 정책이 절실한 때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앞장서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에 팔을 걷고 나서야 할 때다.

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시스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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