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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비뇨기과에서 비뇨의학과로의 개명

2019-01-29기사 편집 2019-01-29 08: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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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대경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2017년 11월 14일 '비뇨기과'라는 전문진료과목 명칭을 '비뇨의학과'로 변경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진료과목명은 그 자체만으로 여러 정보를 제공한다. 진료과목명에 따라 표방하는 치료 범위가 달라질 수 있고,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의 연령대, 성별, 사회 경제적 계층까지 영향을 준다. 또 의학 발전과 사회 환경의 변화 등의 현실적 필요성에 의해 진료과목명 변경이 이뤄지기도 한다.

2012년부터 수 차례에 걸쳐 산부인과가 여성의학과로 진료과목 명칭을 바꾸기 위해 대한의학회에 신청했으나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진료과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일반인들이 혼동할 수 있는 질환의 경우,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 질병에 대한 전문진료과에서 치료받기 보다는 여성의학과로 먼저 가는 식으로 잘못 유도될 수 있다는 타 학회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외과 영역인 유방 관련 질환, 비뇨의학과 고유 영역인 요실금 질환,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이 찾는 피부과, 성형외과 분야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반대로 성공적인 변경이 이뤄진 예로는 진단방사선과에서 영상의학과로 변경된 것이 있다. 예전에는 주로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을 했으나 의학 발전에 따라 초음파, MRI 등이 등장하고 중재 시술 등 치료적인 부분까지 영역이 확장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진료 현실을 반영하고 과의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 개명이었다. 또 다른 예로는 소아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변경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은 소아과를 찾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의학적으로 청소년기는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내과보다는 성장 과정에 따른 신체 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

이외에도 마취과는 마취통증의학과로, 신경정신과는 정신건강의학과로, 임상병리과는 진단검사의학과로, 치료방사선과는 방사선종양학과, 산업의학과는 작업환경의학과로 변경된 것도 이미지 개선 및 의학 발전과 사회 환경 변화를 반영한 좋은 개명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전공과목이기도 한 비뇨의학과 개명의 경우, 주된 목적은 이미지 개선과 실제 진료 환경을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원래 비뇨기과는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며 배뇨장애, 요실금, 요도, 방광, 신장 질환, 성의학, 생식의학에 이르는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포괄적인 진료과목 이다. 하지만 '비뇨기과'라는 전문진료과목명에서 주로 남성 성기 관련 질환 이미지가 우선 떠오르는 것이 문제였다. 개명 필요성은 충분히 있었지만 개명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개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학회 차원의 추진이 시작된 것은 2013년, 전 회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전문과목명을 공모한 결과 한 달 동안 무려 148개 명칭이 접수됐다. 그 중 몇 예를 들어보면 비뇨건강의학과, 요로생식의학과, 요로건강의학과, 요로성의학과, 요로성건강의학과, 배뇨건강의학과, 배뇨생식의학과, 신장배뇨의학과, 신장요로생식의학과 등이 있었다.

명칭 선정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진료과 특성상 다루는 영역이 굉장히 다양한 탓에, 모든 영역을 반영하는 표현을 쓰면 이름이 너무 길어져 사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이런저런 논의 끝에 기존의 비뇨기과 명칭에서 비교적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비뇨'라는 용어를 살려서 단순하게 '비뇨의학과'로 개명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개명 절차는 완료됐지만 더 중요한 과제는 사회 일반의 인식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의미가 분명치 않거나 잘못된 선입관을 초래할 수 있는 전문진료과목명 변경은 바람직한 시도이고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전제는 국민들이 특별한 설명 없이도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을 때 일일이 안내를 받지 않더라도 해당되는 전문진료과를 찾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심리적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김대경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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