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청년고용 사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청년층(15-29세) 고용 지표가 정부 일자리 정책 등에 힘입어 개선(2017년 실업률 9.8% → 2018년 실업률 9.5%)의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여전히 악화된 수준인데다 고용의 질도 개선되지 않고 일할 의지마저 없는 청년층인 `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and Training)` 비중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청년고용 부진은 인구구조 측면에서 보면 소위 `에코세대(Echo generation)`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 자녀가 청년층에 진입하면서 청년층 인구가 갑자기 증가한 데 기인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보다 핵심적인 요인은 과거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 내재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미스매치 심화, 그리고 산업구조 변화 등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 먼저 대기업·정규직인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간 처우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양 시장 간 진입장벽도 OECD 국가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임시직 3년 후 정규직 전환율이 22%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청년층은 1차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취업 준비기간을 늘리거나 2차 노동시장에 취업하더라도 조기에 퇴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청년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또한 제조업 부문의 경우 로봇 활용 등을 통한 자동화의 급진전, 해외이전(offshoring) 확대 등으로,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는 정보화기술 보급 확산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력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청년층이 고학력화 되면서 기대임금이 상승하는 가운데 `일과 가정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공공부문 중심의 안정된 일자리 추구성향은 강해졌다. 이는 노동시장내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더해 기업이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 경력직 선호현상을 강화한 점, 청년층도 취업준비 피로감 등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기보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 점도 청년고용 부진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청년고용의 부진 지속은 우리 경제에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요인과 함께 청년층의 인식변화 등에 기인한 만큼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청년고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청년 개개인의 소득감소, 직장이행을 통한 사회화에 대한 기회 상실뿐만 아니라 세대간 소득 불균형 확대, 청년층의 미혼율 증가에 따른 출산율 저하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청년고용 부진 문제의 해소를 위한 노력은 국민적 공감대 속에 긴 호흡을 가지고 하나하나씩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먼저 1·2차 노동시장간 전직 가능성을 높이고 대기업과 하청기업간 분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양 시장간 과도한 처우 수준 격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교육과 산업현장간 역량의 불일치 축소를 위한 인턴십 강화 및 맞춤형 취업지원 체계 확충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완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활력이 떨어진 우리 산업기반에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는 한편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함으로써 청년 노동인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청년층의 창업 활성화를 위해 교육과정부터 실제 창업단계에 이르는 원스톱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창업-성장-회수-재투자 및 재도전이 가능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창업 성공확률이 두 번째부터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본다. 청년층 자신도 현재의 여건에 안주하거나 의기소침하기 보다는 미래의 꿈을 향한 적극적인 도전정신을 키우고,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청년층의 꿈을 적극 지지하는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에 두고 있는 만큼 청년고용 부진 문제에 있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쪼록 올해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민달팽이(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주거현실)`, `위킹푸어(열심히 일해도 형편이 어려운 신빈곤층)` 등 청년층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신조어가 더 이상 유행하지 않길 바란다.

오영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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