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월 15일자
1999년 1월 15일자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꼽혀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4일 구속됐다. 법원은 "70여년 사법부 사상 가장 치욕적인 일"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법조 3륜으로 불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 중에서도 최고 권력을 누려온 법원이 그것도 전직 사법부 수장이 형사사건 피의자로 구치소에 수감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사법부가 행정·입법 등 다른 권력과 이익을 주고받는 `재판거래`를 해왔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법원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사법개혁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판사의 관료화, 줄 세우기 인사 구조 등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사법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관료적 사법행정의 구조적 개혁`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인 1999년 1월에는 대전지역 이종기 변호사의 사건수임 비밀장부 폭로사건으로 법조계가 비리 파문에 휘말렸다. 이 비밀 장부에는 사건 소개자로 거명된 검찰, 법원 직원은 물론 현직 판·검사들의 실명이 적혀 있어 법조 비리 핵으로 부상했다.

1999년 1월 15일 본보 보도에 따르면 이 변호사 수임비리사건 수사가 금품 및 향응제공여부로 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전지역 법조계가 개점 휴업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변호사 사건 조사에 매진하느라 일반 사건 조사는 엄두도 못내고 있고, 이 변호사 리스트에 올라있는 검찰 수사관 등 일부 직원들도 수사 방향과 진행상황을 체크하느라 일손을 놓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35명의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착수, 현직 검사 수십명을 소환 조사해 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해주고,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이 변호사가 평소 판사 검사들에게 향응을 많이 베풀었다는 지적에 따라 대전 유성구 일대 룸살롱 등에 대한 탐문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22일자에는 이 변호사 수임비리 사건과 관련돼 구속된 사람이 6명에 달하고, 사건을 소개해 주거나 소개를 받은 74명은 불구속 입건 또는 인사 조치된 내용이 보도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향응과 떡값을 제공받은 판검사가 일부 확인됐지만,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했거나 수사를 무마하는 등 대가성이 없어 사법처리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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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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