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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 신조어로 보는 우리말 음소의 변형

2019-01-24기사 편집 2019-01-24 0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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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대학의 국어 동아리가 조사한'인터넷 용어 사용 실태'라는 조사보고서를 검토해줬다. 인터넷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 중 사용빈도가 높은 몇 개의 어휘를 선정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읽고 어떠한 뜻으로 사용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던 조사였다. 그 조사를 위한 어휘를 가만히 보자니 정말 기이하게 음소문자의 특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롬곡옾눞'이라는 말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정상적으로 읽는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음절 단위로 읽어 의미를 파악한다. 그러나 이 말은 일반적인 접근으로 바라보면 의미를 알아내기 어렵다. 이를 어찌 '폭풍눈물'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 말 전체를 뒤집어서 보아야 가능하다. 상하 반전을 하고, 이를 다시 좌우 반전을 해야 그제서야'폭풍눈물'이 보인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우리말 화자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고, 이걸 왜 이렇게 읽도록 만들었을까에 궁금증이 집중된다.

롬곡옾눞은 문자가 구성되는 음소의 모습을 정상적으로 이용했는데, 다음에 볼 말들은 기이하게 음소를 결합해 그 형태적 유사성을 가진 다른 음소로 글자를 재생성하는 경우이다. 개(犬)를 가리키는 다른 말인 '멍멍이'를 '댕댕이'로 사용하는 것은 이제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에 더해 '대박'을 '머박'으로 '대한민국'을 '머한민국'으로 사용하면서 '대'를 '머'로 표기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자음 'ㄷ'이 모음'ㅐ'의 일부분과 붙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글자의 모습을 보이므로 나름의 새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에 더해 '식사'에서 모음 'ㅢ'를 자음'ㄱ'과 형태적으로 유사하다고 하여 '싀사'로 대치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뀨절'이라는 말은'구구절절'을 줄인 것인데 '구구'를 '뀨'로써 창조적인 축약을 이루어낸 모습도 볼 수 있다. 영어의 모습을 더하여 말을 만들기도 하는데 신조어를 속칭하는 '야민정음'에서 '야'를 구성하는 모음'ㅑ'와 'k'의 비슷한 모습을 이용하여 영어의 'ok'의 모습으로 바꾸어 'ok민정음'으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일종의 암호와 같은 말들을 왜 이렇게까지 만들어내는 것일까. 이러한 말들이 특정한 공간 즉,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아 특이한 언어 사용으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함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속에서 특정 집단 속에서의 결속을 위해 자신들만의 언어를 구성하여 사용하면서 차별화를 두기 위함도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이전의 인터넷 신조어들이 빠른 입력을 위해 말의 첫 글자나 초성만을 사용하여 줄여 쓰는 것이 특징이었다면, 이제는 형태적 유사성을 활용한 유희적 사용의 모습도 더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말은 자음과 모음이 구성되어 음소문자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음소문자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일부에서는 풀어쓰기 사용을 주창하기도 했다. 풀어쓰기는'한글'을 'ㅎㅏㄴㄱㅡㄹ'로 자음과 모음을 나란히 펼쳐 쓰는 것이다. 만일 이 풀어쓰기가 사용되었더라면'식사'를 '싀사'처럼 기이하게 사용하는 실태가 과연 나타났을까 생각해본다.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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