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하얀 눈은 안오고 미세먼지만 내리네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오르내리는 글들이다. 매년 폭설로 인한 눈길 교통사고로 몸살을 앓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대전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눈 보기가 어려워 졌을 뿐만 아니라 눈이 와도 쌓이지 않고 흩날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쌓이지 않고 흩날리는 눈은 업종간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골프장은 어느해보다 따뜻한 날씨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반면, 겨울철의 대표 놀이터인 스키장과 눈썰매장은 한산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등의 영향도 있지만, 겨울철에만 할 수 있던 놀이의 영역이 넓어진 탓이다.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가난했지만, 겨울이 되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놀이가 얼음지치기다. 나무판자를 이어 보드형태의 사각형을 만들고 그 아래 각목을 덧대 그곳에 굵은 철사를 펼쳐 나무판자 스케이트를 완성했다. 그위에 앉아 얼음 지치기를 했다. 또 시골 아이들의 겨울 방학은 아버지가 만들어 준 썰매를 논에서 타는 것으로 시작됐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책상다리가 가능한 널찍하고 바닥에 굵은 철사가 박힌 썰매를 탔고 고학년들은 쪼그리고 앉아서 타되, 바닥에 철사 대신 스케이트 날처럼 생긴 칼을 박아 탈 수 있는 작은 썰매를 많이 탔다. 그렇게 종일 얼음을 지치다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이불 속에서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맛은 겨울이 주는 그야말로 `꿀 맛`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아이들의 겨울놀이 콘텐츠가 스케이트, 스키, 눈썰매로 가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이 마저도 가상현실로 즐기는 스포츠 게임에게 자리를 내주는 모양이다.

공포체험, 스키, 스포츠, 드라이브 등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VR의 인기와 매출 신장세는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눈 썰매를 뚝딱 만들거나 하늘 높이 훨훨 날릴 수 있는 형형색색의 연을 만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이제는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닭장`이라 불리는 아파트에 갇혀 하루종일 게임속에 갇혀 사는 아이들을 밖으로 뛰쳐나오게 할 `겨울의 맛`은 정말 없는 것일까.

원세연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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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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