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진료하던 시절, 추신수 선수의 허벅지 부상을 치료해준 인연으로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종종 치료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애리조나에서 매년 3월까지 진행되는 스프링캠프를 오가며 추신수 선수뿐만 아니라 류현진 선수와 임창용 선수에게도 동 추나치료, 침치료, 약물치료 등을 진행했고, 더불어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도 해주곤 하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PGA 선수들처럼 한쪽으로 몸을 회전하기 때문에 부상 부위는 비슷하지만 골프보다 근력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부상이 빈번하다. 추신수 선수도 우측 허벅지 전면부 통증을 호소했고, 후관절과 요방형근에도 문제가 있었다. 류현진 선수 역시 심하진 않았지만 어깨 통증을 간간히 호소했고, 임창용 선수 또한 팔꿈치 인대 접합술을 받았다.

사실 야구선수들, 특히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많이 가지고 있다. 최고가 되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들어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추신수, 류현진, 임창용 선수를 예로 들더라도 이들에게는 신체상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팔꿈치 내측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것이다. 세 선수 모두 어릴 때부터 투수로 활동하면서 내측 팔꿈치 인대에문제가 생긴 것이다.

팔꿈치 관절에는 외반력과 내반력에 저항하여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해 주는 인대가 내측과 외측에 있다. 팔꿈치 내측 인대 파열이 일반인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고 야구선수에게서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팔을 뒤로 최대한 젖혔다가 앞으로 뻗는 동작 때문이다. 야구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외반력에 저항하기 위해 내측 인대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되어 생기는 것이다.

팔꿈치 안쪽에 통증이 있을 때에는 팔꿈치 안쪽에서 손목까지 이어진 손목 굴곡근을 비틀어 스트레칭 해 주는 것이 좋다. 손바닥이 위를 향하도록 양팔을 뻗는 뒤 오른쪽 손바닥 위에 왼손을 포개 올린다. 왼손에 힘을 주어 오른쪽 손목이 최대한 90도를 이루도록 아래로 꺾으면서 15초간 유지한다. 이와 같이 반대쪽에도 실시하면 된다. 이 운동은 팔꿈치와 팔 안쪽의 통증을 줄여주며, 손가락 근육의 뒤틀림도 해소해주고 쥐가 나는 경우 빠르게 완화하는데도 효과적이다.

한국야구는 어릴 때부터 승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생존야구를 가르친다. 이기기 위해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변화구를 초등학교 선수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변화구를 위한 반복적인 연습과 무리한 투구는 횟수를 거듭할 수록 관절의 변형을 가져오고, 결국에는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 인대와 힘줄, 근육 등이 성인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부상이 오기가 더욱 쉽다.

그러나 미국은 리틀야구에서 투수가 변화구 던지는 것을 금지한다. 선수의 건강을 승부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보다 투수진이 많은 이유도 전력강화 목적 이외에 선수들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LA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 선수는 처음 메이저리그에서 훈련할 때 한국만큼 훈련강도가 세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신체컨디션을 충분히 배려하는 스케줄에 만족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스포츠는 어릴 때부터 페어플레이와 체력을 고려한 훈련보다 `꼭 이겨야 한다`는 과도한 승부욕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선수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고강도 훈련으로 이어져, 선수로서 빛을 보기도 전에 건강상의 문제로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마저 생기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프로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들도 지나친 승부근성으로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종종 부상을 입는 경우를 빈번히 보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체육의 목적이 체력단련과 친목도모에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의 상당부분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승리의 기쁨보다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조화롭게 가꿔가는 운동의 기쁨을 더 많은 분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필한방병원 병원장 윤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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