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영 작가
김근영 작가
해외여행을 할 때 작가로서 부러운 모습이 있다. 유명 관광지나 야시장 거리가 조성된 곳은 어김없이 그림을 사고파는 가계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시장에서 식재료나 생필품을 사듯이 그림을 사고파는 이 낯선 장면은 놀라운 충격이었다. 한쪽에서 보란 듯이 그림을 그리고 소비자는 맘에 드는 작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향한다. 세계 경제순위 11위를 자랑하는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당신은 길거리에서 생필품을 사듯이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가? 설령 당신이 복권에 당첨된다 하더라도 힘들 것이다.

미술작품은 일단 비싸다. 비싸면 작가들은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작품 가격은 대부분 이런 비싼 가격을 형성하게 됐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이미 월급으로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 대학 교수들과 비싼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미술관들의 경쟁, 그리고 자신들의 세일즈의 수단으로 작가 몸값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일부 갤러리들 모두 책임이 있다. 과연 이 모든 책임은 그들에게만 있고 작가 개인은 책임이 없는가?

아시다시피 작가란 집단은 자존심이 강한 집단이다. `나보다 작품도 별로 인 것 같고, 나는 교육자가 되지 못했지만` 그것만 빼면 그 특수한 집단에 비해 별다른 경력의 차이가 없다.

작품 가격을 낮추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나 역시 그 가격대를 형성한다. 작품이 안 팔려 생활이 어려운 것보다 자존심이 먼저다. 이 어리석은 생각이 근본적으로 작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작품 가격은 작가 스스로가 정하는 것도 그의 화려한 경력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부가적인 요소들은 작가 사후의 일이다.

작품이 좋으면 당연히 소장자가 늘어나고 소비가 증가하므로 공급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당연한 경제 논리다. 아무개의 경력이 나와 비슷하니 나도 똑같은 가격을 형성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작품이지 당신의 경력이 아니다.

변화된 세상에 작품 가격도 유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작가도 동시대를 사는 사람이니 당연히 그 고통을 나눠야 할 것이다.

김근영 작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