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유독 많은 대형 사고에 맞닥뜨렸다. 대표적으로,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종로 고시원 화재 사고는 환자나 빈곤층과 같은 재난·안전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무방비를 여실히 보여줬다. 또, KT 아현 지사 화재사고는 `초연결 사회` (hyper-connected society)에서 통신 장애가 단순한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에 어떤 위험을 가져오게 될 지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현대인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위험의 일상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일상적 소비생활에서의 위험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의 위험관리 역량이 더욱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위험관리가 서툴수록 소비자는 불안감으로 소비를 주저하게 되며, 이는 결국 시장 메커니즘의 작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작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라돈침대와 BMW차량 화재 사건은 현대사회에서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라돈침대가 처음 보도된 작년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방사능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5일 만에 결과를 뒤집으면서 소비자의 혼란과 불안을 키운 바 있다. 또, 작년 여름 연일 계속되는 BMW차량 화재사고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뒤늦은 입장 발표는 결국 소비자들의 불안을 넘어 분노를 사기도 했다. 두 사례는 안전사고나 위험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와 불명확한 메시지가 어떻게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을 가중시키고 사태를 악화시키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현대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부의 위험관리 역량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이다. 안전사고의 원인과 경위에 대한 정부의 정확하고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소비자의 불안감이 증폭되어 괴담이나 포비아와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또한, 정부의 메시지가 일관성이 없거나 불명확하다면 소비자는 기업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비합리적 또는 과잉된 행동을 표출할 우려도 있다. 위험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위험소통`이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