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개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의 존 거든 교수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열다섯살 때 생물 성적이 동급생 250명 중 최하위였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던 그에게 교사마저 지금 성적으로는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며 괄시했다. 하지만 그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며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아 꼴찌에서 1등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흔치 않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최고 반열에 오르는 경우,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을 상상할 때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작년 말 세종시는 `꼴찌에서 1등`이 되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매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하는 지자체별 기업하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 전국 184위에 불과하던 세종시가 이번 발표에서 2위에 오른 것이다. 228개 지자체 중 두 번째라는 숫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최하위권에서 182계단 상승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대체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보다 선행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짧은 사이에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을 죄어오는 현안이 산적한데,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좋아 지기를 기대하기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에 이뤄낸 2위라는 성적표가 더욱 값진 이유다.

필자가 기억하는 2018년은, 세종시의 기업 모두에게 특별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해는 지역에서 유일한 법정 경제단체로서 세종상공회의소가 출범했고, 지역 최대의 지식정보 교류의 장으로 세종경제포럼이 발족했다. 12월 3일은 기업인을 위한 특별한 날로써 `세종시 기업인의 날` 행사를 개최하며 기업의 사기를 북돋았다. 불필요한 규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뒷받침되어 왔다.

본래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정부주도의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출범했다. 각종 정부부처와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해 오면서 30만명이 거주하고 있긴 하지만 공무원 중심의 생활권으로 자족기능이 약해, 도시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늘 뒤따랐다.

그러나 세종은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춘 지리적 이점에, 전국의 우수한 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산업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지금도 전국의 여러 기업이 세종으로 이전해 오고 있다. 스마트시티로서 4차 산업의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활동하며,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세종시가 지향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겉모습에 조금은 가려있을지 몰라도, 세종은 분명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더 큰 성장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기대도 크다. 곧 착공될 서울-세종간 고속도로와 함께, 한창 논의되고 있는 세종KTX역이 신설되고,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다면 세종시는 행정수도와 경제도시로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세종은 `변화` 그 자체다. 과거 한적했던 충남의 어느 시골 땅 위에, 새롭게 채워지고 갖춰져가는 도시의 모습은 여느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고 자산이다. 기업이 함께 만들어갈 세종시의 새로운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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