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 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작곡된, 대전을 상징하는 노래가 있는데 그게 어떤 노래인지 아십니까?"

이 말은 내가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연주를 지휘하던 중, 연주회가 거의 끝날 무렵 앙코르를 요청 받았을 때 무대 위에서 관중들을 향해 물었던 말이다.

지휘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관중들은 호기심과 어리둥절함으로 옆 사람을 보기도 하며 웃기도 했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 발 영 시 오십 분"

대전역을 배경으로 이별의 아픔을 그리고 있는 이 노래는 1956년에 가수 안정애가 불러 히트를 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국민가요가 됐다. 브루스 특유의 리듬과 감미로운 선율, 흐르는 이별의 시가 애잔하다.

우리 청소년 합창단에서는 이 노래를 남성 4부 합창곡으로 편곡해 불렀다.

청소년들의 탄력적인 소리와 잘 다듬어진 화음으로 불린 이 노래는 클래식 연주회가 주는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반전의 기쁨을 선사하며, 그 후로 종종 우리 연주회를 찾는 관객들에게 앵콜곡으로 들려드리는 단골메뉴가 됐다. 오랜 세월 속으로 잊혀져가던 트로트풍의 가요가 클래식한 모습으로 변모해 새로운 매력으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리스 가요 중에 우리의 `대전브루스`를 연상케 하는 노래가 있다.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가 그 곡이다. 이 나라 가수 `아그네스 발차`가 불러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이 노래는 조수미가 부르면서 우리들에게도 친숙한 노래가 됐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함께 나눈 시간들은 썰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은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슬픔이 없는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나?

이 두 노래는 "Parting is such a sweet sorrow!(이별은 때론 감미로운 슬픔)"이라는 세익스피어의 명언을 잘 표현하고 있다. 슬픔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달콤한 고통으로 승화시킨 시와 선율이 못내 사랑스럽다.

올해는 `대전 방문의 해`다.

무엇으로 우리 대전을 인상 깊고 매력적인 도시로 기억되게 할 수 있을까?

대전만의 유일한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우리의 `대전브루스`를 조수미가 부르게 하면 어떨까? 아그네스 발차한테도 주자.

이 노래비가 세워진 대전역 광장은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며, 대전은 이 노래를 부르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가 되지 않을까?

김덕규 중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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