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도들은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다. 2년간의 기초간호학 수업을 마치고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 간호학도들은 손에 촛불을 든 채 가운을 착용하고 선서식을 거행한다. 촛불은 나이팅게일의 간호정신을 이어받으며 주변을 비추는 봉사와 희생정신을 의미하며 가운은 이웃을 따스히 돌보는 간호정신을 상징한다.

나이팅게일 선서는 1893년 만들어졌으며 간호사로서의 윤리와 원칙을 담은 내용을 간호학과 학생들이 맹세하는 선서식이다. 영국의 간호사인 나이팅게일은 `등불을 든 여인`, `백의의 천사` 등 가녀리고 여성스러운 간호사의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크림전쟁(1853-1856년) 시 병원장을 맡아 의료 환경을 깨끗하게 바꾸려는 노력으로 부상자 사망률을 낮추기도 했다.

흔히 흰옷을 입고 있는 간호사를 미화해 `백의천사`라고 부른다. 어느 누구든 간호사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을 생각하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할 것이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간호사들의 속사정은 겉으로 보기는 것과는 다르다. 이들에게는 태움이라는 문화가 꽈리를 틀고 있다. 태움은 `갈구다 못해 영혼까지 불태운다`는 뜻으로 `태움 문화`는 간호계의 군기 잡기에서 비롯됐으며 선배가 후배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이런 악습이 남아있다는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얼마전 서울의료원 간호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간호사 A씨는 유서에서 `조문에 우리 병원 사람들은 안 왔으면 좋겠다`고 남겼다. 얼마나 괴롭힘에 시달렸으면 유서에 이런 내용을 적었을까 싶다. 지난 주에는 전북 익산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20대 간호조무사 실습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지난해 대한간호협회가 발표한 `인권침해 실태조사 분석 결과` 10명 중 4명 이상은 동료 간호사나 의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태움을 당하는 시기는 입사 6개월 이내가 가장 많았다.

봉사와 희생의 나이팅게일 정신을 이어받아 간호사가 되기 위해 거행한 나이팅게일 선서를 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똬리를 틀고 있는 악습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그들에게 고통을 감내하라며 지옥으로 밀어넣을 것인가.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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