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의 전통문화 돋보기

위 제목은 군산항에서 화투를 파는 구멍가게에 써 붙인 글귀이다.

내가 처음 놀이를 연구할 때 선택한 것이 바로 화투다. 당시 신문에 난 기사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노는 놀이가 화투놀이인데 이는 일본에서 건너온 도박이기 때문에 걱정스럽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화투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패가망신`, `망국의 지름길`, `도박중독` 등이었다.

화투는 상인들에 의해 일본으로 유입된 일종의 포르투갈 딱지 놀이인 `카르타(Carta)`로부터 유래됐다. 일본인들은 이것을 철저하게 일본놀이로 만들었다. `하나후다`라는 것을 만들어 놀이 겸 도박행위로 이용되던 것이 조선 말엽 쓰시마섬 상인들에 의해 조선으로 들여와 현재에 이르렀다.

1926년에 나온 `조선도박요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1860년경) 내지(일본)에서 화투를 조선에 수출하여… (중략) …내지(일본)의 화투를 쓴 박희가 성행됐다.`

일본은 화투를 1909년에 60만 벌, 이듬해에 86만 벌, 1911년에 120만 벌을 수출했으며 1900년대 초 5년 동안 총 376만 벌을 해외에 수출했다. 이 기간 일본에서 소비된 화투가 321만 벌이었으므로 수출이 54만 벌이나 더 많았다.

또 1918년까지 4년 동안의 조선에 수출한 것이 무려 5000만 벌을 넘어섰다. 이는 일본 내 소비량의 약 20배에 이르는 수치다. 일본이 한국에 화투를 기를 쓰고 수출했던 것은 쓸데없이 독립운동에 전념하지 말고 화투놀음에 빠져 시간을 보내라는 목적이 뚜렷하다.

그런데 일본화투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변한 것이 있다.

일본에서는 1월을 솔, 2월을 매화 , 3월을 벚꽃, 4월을 등나무, 5월을 창포, 6월을 모란, 7월을 홍싸리, 8월을 공산, 9월을 국화, 10월을 단풍, 11월을 비, 12월을 오동이라 부른다.

3월의 벚꽃을 우리는 `사쿠라`라고 부른다. 이는 벚꽃이 일본말로 `사쿠라`라고 부르기 때문이라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뜻이 있다.

즉, 변절자를 부를 때 `사쿠라`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 하면 `일본놈`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또 일본에서는 11월이 비, 12월이 오동이다. 12월이 가장 높은데 여기에는 일본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고대 주요 인물들이 그 집안을 상징하는 꽃을 하나씩 선정해 상징으로 사용했는데, 도요토미히데요시는 오동나무 꽃을 선택했다. 그래서 최고의 자리인 12월에 올려놓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동`을 세게 발음하여 `똥`이라 부르고 12월에서 끌어내려 11월과 바꿨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침략의 원흉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화투는 일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일본 놀이이다. 언제부턴가 화투 그림이 마치 우리 그림인양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명절 때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빙 둘러앉아 어른들이 노는 화투놀이에 빠져 있는 모습은 그리 좋지 않다. 특히 끝나는 결말의 모습이 더욱 좋지 않다. 돈을 떼인 사람도 돈을 딴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화투놀이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