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문화동에 거주하는 류시승(46·왼쪽)씨와 그의 아들 현호(13·오른쪽)군이 15일 황인호 동구청장에게 학생 교복구입비 300만 원을 기탁하고 있다. 사진=대전 동구청 제공
대전 중구 문화동에 거주하는 류시승(46·왼쪽)씨와 그의 아들 현호(13·오른쪽)군이 15일 황인호 동구청장에게 학생 교복구입비 300만 원을 기탁하고 있다. 사진=대전 동구청 제공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새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대전 중구 문화동에 거주하는 류시승(46)씨는 15일 대전 동구청에서 교복 지원금 전달식을 마친 후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류 씨가 학생들을 위한 교복 지원금 기부에 나선 것은 올해로 9년째. 그는 매년 초 구청을 찾아 300만 원 가량의 교복 지원금을 쾌척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아들 현호(13)군과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 그가 아들과의 동행을 결심한 이유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라도 주변의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다.

류 씨는 "기부라는 것이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우리와 같은 소시민들도 할 수 있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실제로 교육 효과가 있었는지 올해는 아이가 먼저 기부의사를 물어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류 씨가 교복 지원에 나서게 된 계기는 8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다. 유년 시절 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그의 아버지는 교복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했다. 사복이 아닌 교복을 입음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류 씨의 아버지는 1998년부터 매년 교복 지원에 아낌없는 손길을 내밀었으며, 이후 2011년 생을 마감하기 전 아들인 류 씨에게 기부 활동을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류 씨는 "처음 1-2년은 유언이라는 생각에 의무감으로 했지만, 가정을 꾸리며 살다 보니 조금이나마 이웃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취지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별도의 부탁을 했고 구청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작지만 우리 지역 사회 곳곳에 손길이 미칠 수 있도록 기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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