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호텔 건물 지하에서 피어 오른 검은 연기와 불길은 21층 건물을 뒤덮을 기세였고 이 과정에서 투숙객들은 창가 난간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목격돼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또 일부는 건물 옥상으로 대피해 소방헬기에 구조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불이 호텔 건물에 갇혀 있던 사람들과 화마를 뚫고 이들을 구하려는 소방대원들의 사투는 장장 4시간을 넘기면서 큰 고비를 넘기게 된다. 돌이켜보면 입이 마르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불이 투숙객 수요가 많은 주말이나 한밤중에 났더라면 어쩔 뻔 했나. 이 호텔이 420실 규모임을 감안할 때 하마터면 끔찍한 대형 참사로 번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가정이지만 외국인 패키지 단체 관광객이 묵었다거나 했으면 후과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 호텔은 지난 해 10월 축구국가대표팀이 투숙하기도 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당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A매치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천안에 내려와 여장을 푼 곳이 천안 라마다호텔이다.
삽시간에 불이 번지는 위급한 상황인 데도 이 호텔 각층 스프링클러 감지기가 정상 작동됐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해 이 부분이 지적돼 개선조치했다는 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를 일이다. 화재를 감지한 스프링클러가 제때 터졌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호텔 시공 과정 전반에 걸친 경찰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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