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후 발생한 천안 라마다호텔 화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대규모 수사전담팀을 꾸려 본격적 화인 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화재는 엄중하기 이를 데 없다. 호텔 직원 1명이 희생되고 19명이 화상을 입는 등 20명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부른 화재 사건이어서다. 경찰 수사의 초점은 화인 규명이다. 최초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1층 상황에 대한 조사가 급하고 아울러 건축·소방법 위반 여부도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화재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호텔 건물 지하에서 피어 오른 검은 연기와 불길은 21층 건물을 뒤덮을 기세였고 이 과정에서 투숙객들은 창가 난간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목격돼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또 일부는 건물 옥상으로 대피해 소방헬기에 구조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불이 호텔 건물에 갇혀 있던 사람들과 화마를 뚫고 이들을 구하려는 소방대원들의 사투는 장장 4시간을 넘기면서 큰 고비를 넘기게 된다. 돌이켜보면 입이 마르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불이 투숙객 수요가 많은 주말이나 한밤중에 났더라면 어쩔 뻔 했나. 이 호텔이 420실 규모임을 감안할 때 하마터면 끔찍한 대형 참사로 번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가정이지만 외국인 패키지 단체 관광객이 묵었다거나 했으면 후과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 호텔은 지난 해 10월 축구국가대표팀이 투숙하기도 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당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A매치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천안에 내려와 여장을 푼 곳이 천안 라마다호텔이다.

삽시간에 불이 번지는 위급한 상황인 데도 이 호텔 각층 스프링클러 감지기가 정상 작동됐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해 이 부분이 지적돼 개선조치했다는 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를 일이다. 화재를 감지한 스프링클러가 제때 터졌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호텔 시공 과정 전반에 걸친 경찰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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