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덮친 화마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천안 라마다 앙코르 호텔 화재 현장에서 50대 직원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불을 끄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호텔에 입사한지 20일만에 변을 당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호텔 전기관리팀장인 김모(51)씨는 호텔 내부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진화 작업을 벌이다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지하주차장 입구 천장 쪽에서 불이 나는 것을 보고 119에 최초로 화재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서에 신고를 한 뒤 김씨는 "대피하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이후 김씨는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러 다녔다.
화재 당시 김씨를 목격한 일부 직원들도 "김씨가 지하 1층에 있다가 지상 1층으로 올라와 화재 사실을 알리고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갖고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하로 내려간 김씨는 한 참이 지나도록 동료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사이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뒤덮었고 지하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김씨는 끝내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지하주차장 1층 세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의로운 희생이 대형참사로 번질 위기에서 사람들을 구했다. 호텔 관계자는 "김씨가 자기를 희생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더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김씨가 가스·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주변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호텔이 경영난으로 시설과장 등이 그만두고 떠났지만 힘들 때 입사해 궂은일을 도맡아 왔으며 월급도 한번 못 받아보고 변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김씨는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자기보다 주변을 먼저 걱정할 줄 알기 때문에 혼자 빠져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인들은 전했다. 숨진 김씨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으며 아직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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