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시·도 지방은행들이 대전권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대전·충청에서 지역 연고 은행 간판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그 공백을 영·호남 기반의 타지 지방은행들이 치고 들어오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다. 대전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데에는 이런 배경과 밋밋한 지역정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대전에 영업 점포를 확충하게 되면 이를 지렛대 삼아 세종시까지 넘볼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

일찍이 대전권에 눈을 돌린 곳은 단연 전북은행이 꼽힌다. 현재 대전에 7곳의 점포망이 깔려있고 세종시에도 세종 아름지점, 세종 첫마을지점 2곳이 진출해 있는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을 제외했을 때 대전·세종권에서 전북은행의 존재감과 볼륨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뒤이어 대전에 깃발을 꽂은 곳이 부산은행이다. 벌써 4년이 흘렀고 이 은행도 세종시로의 점포망 확충을 모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엔 세 번째 주자로 대구은행이 대전권 진출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부터 시장조사를 해왔고 올 3월이면 대전 도심에 거점형 지점을 내는 일정이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구은행 지점까지 들어오면 대전권은 외지 지방은행 3곳이 진출한 특이한 기록을 쓰게 된다. 이는 IMF 때 충청은행이 퇴출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수도권과는 또 다르게 지방에서의 은행영업은 지역정서가 우선 작동하고 그에 따라 토착형 지방은행은 지역민들의 금융 수요를 해소해주는 우월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대전권은 전통적인 은행업 질서·지형에 변동이 왔고 당연히 지방은행 개념도 희석된 도시다. 그래서 타지역 지방은행이 비교적 수월하게 대전·세종권에 파고든 것으로 보면 맞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지역경제 및 지역민 금융서비스 측면에서 이익이 되는지 여부다. 지역공동체 차원의 고민이 요구되는 지점이고, 아니다 싶으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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