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지난 11일 오전 10시 30분쯤 이모 씨(39·대전 유성구 봉명동)는 자신을 K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 씨의 기존 신용카드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저금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저금리 대출 권유에 혹한 이 씨는 "대출한도 조회 및 신청서류 작성 등 대출진행을 위해 금융기관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링크가 첨부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링크를 눌러 앱을 설치한 이 씨는 보이스피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K은행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됐다. 이 씨의 휴대폰에 설치된 악성 앱을 이용해 발신전화를 탈취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신용평점 상승을 위한 절차니 안심해도 된다"고 이 씨를 속여 대출금 상황 명목으로 500만 원을 편취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악성 앱`을 활용한 신종 보이스피싱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건수는 2016년 517건, 2017년 975건, 지난해 1295건을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도 지난해 150억 원에 달해 3년 사이 3배 이상 많아졌다.

예전에는 무작정 전화를 걸어와 국가기관을 사칭하거나 대출을 권유하는 보이스피싱이 유행했지만 최근에는 이 씨의 사례처럼 신종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한 뒤 감염된 휴대전화로 은행 콜센터에 확인 전화를 걸면 보이스피싱 조직이 전화를 가로채 피해자를 속이는 수법이다. 이들은 주로 `저금리 대출을 도와주겠다`거나 `당신 명의 통장이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됐다`며 피해자들이 첨부된 링크를 눌러 악성 앱이 설치되도록 유도한다.

무인 택배함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도 늘고 있다.

전화를 걸어 "당신의 계좌가 대포통장 범죄에 이용돼 고소가 접수됐으며,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잔액을 인출해 무인택배함에 보관하라"고 속인 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대부분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며 접근하기 때문에 사회경험이 없는 20대 젊은 층이 주타겟이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늘자 대전경찰은 지난달 지역 금융기관에 협조공문을 보내 고객이 창구에서 고액의 돈을 인출·이체 시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112 신고를 당부하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1차적으로 금융기관이나 통신사에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경찰에서 예방·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의심신고를 한 금융인에게 감사장을 주는 등 앞으로도 금융기관을 통한 예방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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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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