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존재인 인간에게 높이는 다다를 수 없는 이상향이다. 높이의 높이를 경배하느라 야곱은 제단을 쌓았고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바벨탑,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올렸다. 인간이 쏜 우주선이 달 뒷면에 착륙하는 시대지만 높이의 신화는 여전하다.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옛 한전부지에 짓겠다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메인 빌딩은 105층에 높이가 569m이다. 층수는 국내 최고 빌딩인 롯데월드타워(123층)보다 적지만 14m 더 높다. 완공하면 국내 최고 높이의 빌딩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마천루처럼 우뚝 솟은 초고층 건물은 현대판 `신전`이다. 그 높이와 그것을 가능케한 자본과 기술에 사람들은 경외감까지 품는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층형 사옥을 선호한다.

힘을 과시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지만 효용도를 극대화하느라 층수가 높아진 건축물도 있다. 학교가 대표적이다. 70-80년대 초등학교 건물은 대부분 2층이거나 단층도 있었다. 요즘은 4·5층이 대부분이다. 천안만 해도 최근 몇 해간 성성초, 아름초, 불무초가 5층 건물로 신축됐다. 2020년 개교 예정인 천안희망초도 5층으로 설계 됐다. 지난 3일 대형화재가 발생했던 천안차암초 증축건물 1개 동도 5층 높이였다. 차암초 본관동도 5층 건물이다.

고층 아파트가 빽빽한 도심에서 5층이야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이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건축가 유현준은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빌딩 형태의 학교건물이 교도소를 닮았다고 일갈했다. "학교와 교도소 둘 다 운동장 하나에 4-5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창문 크기를 빼고는 공간 구성상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학교 건축은 교도소 혹은 연병장과 막사의 구성이라며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생활한 아이들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스머프 마을 같은 학교, 낮은 건물, 높은 천장을 새로운 학교건축 모델로 제시했다.

감옥학교에서 배양되는 아이들을 포함해 병원 빌딩에서 태어나 빌딩 주거지와 일터에서 생활하다가 빌딩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도시인들의 숙명일까. 다른 도시는 불가능한가.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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