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쏟아 붓든, 아니면 말 그대로 방치하든, 충청의 지지율 변화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선거 때면 여야를 떠나 각 당 전략가들로부터 듣는 공통된 얘기다. 사실 선거는 정치권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내는 자리다. 위정자들은 주권자들을 향해 정성을 다해 모시고, 더 많은 것을 줄 것이며, 이를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주권자들은 그들이 그동안 보여준 언행을 근거로 그 약속을 검토한 뒤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정자들이 제공할 수 있는 재화의 총량은 제한적이다. 특정한 누구에게 많은 것을 주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덜 주거나, 그럴싸한 포장으로 기만해야 한다. 선거 전략가들이 전국 지도를 놓고 재화 분배를 고민하는 이유다.

충청에 덜 분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게 인지상정인데, 충청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하지 않는데다, 울음소리 또한 크지 않으니 굳이 더 줄 필요가 없다. 지지율 변화가 크지 않은 충청에 한정된 재화를 과감하게 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떡 하나 더 주는 것보다, 대의를 중시하는 지역정서를 교묘히 이용해 `손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위정자들도 적지 않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위정자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사사로운 이익을 제대로 챙기거나 추구하지 못해 늘 손해 보는데 익숙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민심은 한순식간에 돌아설 것이고, 우직한 충청의 특성상 한번 바뀐 흐름을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충청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연말 다수의 언론사와 여론조사전문기관이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유독 충청권의 하락 폭이 눈에 띈다. 갤럽의 지난해 11월 넷째 주 정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53%, 부정 38%로 나타났는데, 충청의 경우 48%대 42%로 부정적 답변 비율이 높아졌다. 이후 12월 셋째 주 45%대 46%로 역전됐을 때, 충청은 37%대 4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리얼미터를 포함한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결과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정가에선 `이영자(이십대, 영남, 자영업자)`보다 충청의 민심 이반이 더 심각하다는 말까지 나돈다. 쉽게 출렁이지 않는 대신 한 번 방향전환이 되면, 되돌리기가 더욱 어려운 충청 민심의 특성 때문이다.

이 같은 민심변화는 단기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다. 우선 현 정부 출범이후 청와대와 정부 주요부처에 충청출신 인사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청와대의 경우 신년 비서진 개편 전까지 수석 비서관급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비서관이나 행정관 역시 타 지역 출신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정부부처 장차관급도 한 두 명만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연말 SNS에서 회자됐던 `문재인 정부 주요 요직인사 100명` 명단에 충청출신은 단 7명에 그쳤다.

대통령의 지역방문도 영호남에 편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경제투어`에 돌입했는데, 영호남(전북, 경주, 경남)만 방문했을 뿐, 아직까지 충청에 대해선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투어는 대통령이 단순히 지역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성장동력을 제시하고, 지역상공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제 말이 아닌, 가시적 노력과 구체적 성과를 충청인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신년 초가 그 마지노선이다. 청와대는 노영민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2기 비서진 구축작업에 돌입했다. 설 전후에는 내년 총선출마가 예상되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사퇴와 맞물려 개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이달 중 전국 지자체의 현안을 대상으로 한 예비타당성 면제대상 선정작업이 진행되는데, 각 지자체는 권역별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충청의 선의에 이제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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