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대한결핵협회장 인터뷰]

경만호 대한결핵협회장
경만호 대한결핵협회장
6·25 전쟁 이후인 1960년대 국내 결핵 환자는 130만 명에 달했다. 게다가 5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나라는 `결핵 후진국`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결핵 발생률과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결핵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3만 명 대까지 줄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와 함께 적극적인 결핵 퇴치 사업을 전개해 온 대한결핵협회의 노력이 있었다. 1953년 창립된 대한결핵협회는 그동안 결핵에 대한 조사 및 연구, 결핵 환자 진료 등을 펼쳐오고 있다. 또 크리스마스 씰 모금 등을 통해 결핵의 위험성과 예방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경만호 대한결핵협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어느 정도 수준이며 그 원인은 무엇인가.

"경제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 6·25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었고, 이로 인해 결핵이 크게 전파됐다. 1960년대 추정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6.5%인 130만 명이 결핵을 앓았을 정도로 당시 결핵은 매우 흔한 질병이었다. 오늘날 결핵환자가 3만 명 대로 줄어들었지만 만성 감염성 질환인 결핵의 완전 퇴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결핵은 흔히 못살았던 시대의 질병으로만 생각할 뿐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을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핵 발생률, 사망률에 대한 현황,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보이는데 어떤 질환인가.

"결핵은 결핵 환자의 기침, 가래 등을 통해 배출된 결핵균이 공기 중에 떠 있다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결핵균 감염자 10명 중 1명에서 결핵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절반은 감염 후 1-2년 이내, 나머지 50%는 평생에 걸쳐 발병하게 된다. 감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의 치료를 넘어 조기 발병이나 예방 등 사회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발병은 면역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취약계층에서의 발병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 2017- 2010년 이후 국내 결핵 신환자수는 3만 명 대였고, 2017년 처음으로 2만 명대로 진입했다. 이를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볼 수 있는지, 이 밖의 특이한 양상은 나타나지 않는지 설명해 달라.

"결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정부의 민간공공협력사업을 통해 민간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결핵환자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면서 꾸준히 환자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층이나 노숙인, 외국인, 시설입소자 등 취약계층에서의 결핵 발병이 높은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학교 내에서 집단 발병이나 의료기관 등에서 결핵 발생 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 정부는 결핵 발생률 절반 수준 감소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한결핵협회의 사업도 이와 관련해 진행 되나.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의 핵심은 노인결핵, 취약계층 결핵, 잠복결핵이라 할 수 있는데, 협회는 이미 2017년 전남 지역에서 노인결핵검진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또 지난해에는 강원과 대구·경북으로 노인결핵검진사업을 확대·실시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의 결핵이 전체 결핵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와 함께 노인결핵 발견 및 관리에 기여해 나갈 것이다. 이외에 노숙인 결핵검진과 맞춤형 지원사업, 외국인근로자 대상 검진 및 교육사업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결핵 발견 및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잠복결핵감염검진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실시해 나가고 있다."

-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결핵 발병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남북교류와 관련한 북측 주민들의 심각한 결핵 또한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어떠한 대비를 하고 있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신고 결핵환자 수는 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대다수가 결핵 고 위험국에서 유입되는 만큼 협회는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검진과 결핵관리, 예방 교육 등을 통해 국민 건강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결핵은 가장 시급한 보건문제로 대두됐다. 협회는 지난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에서 북한 국가결핵담당자를 만나 결핵관련 논의를 한 바 있으며, 이후 11월 7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보건의료분과회담을 통해 결핵관련 지원도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협회는 유진벨 재단을 통한 평양 국가표준결핵검사소에 대한 소모품 등 지원 요청에 따라 통일부,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적극 지원 할 예정이다."

-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결핵 퇴치 사업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펼치고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협회 산화 결핵연구원은 WHO(세계보건기구) 협력기관으로서 개도국의 결핵 연수를 지원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에티오피아, 동티모르, 몽골 등 현지에 진출해 결핵퇴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올해에는 베트남에서도 결핵퇴치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 결핵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크리스마스씰 모금 실적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어떠하며, 판매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는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씰 모금은 42억 원을 목표로 12월 말 기준 21억 6000만 원을 모금했다. 매년 모금액이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크리스마스 씰을 상징적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협회가 실시하는 크리스마스 씰 모금은 국가결핵퇴치사업의 수행 및 지원, 특히 취약계층 결핵퇴치사업 및 환자 지원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모금에는 크리스마스 씰 외에도 다양한 굿즈(상품)를 준비했다. 책갈피, 에코백, 머그컵, 키링, 배지 등 사랑스러운 동물 일러스트가 담긴 굿즈를 통해 결핵퇴치기금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

- 대한결핵협회의 올 한해 목표는 무엇인가.

"협회는 올해로 창립 66주년을 맞이했다. 66주년에 걸맞은 내공을 갖되 과거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저를 비롯해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고 있다. 국가결핵관리시책에 발 맞춰 취약계층 결핵퇴치사업, 노인결핵검진, 잠복결핵검사 사업 등 국가결핵관리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또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결핵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단절됐던 지원사업을 재개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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