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인터뷰

안기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사진=빈운용 기자
안기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사진=빈운용 기자
안기호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지난 30여년을 돌아보며 감동과 반성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종심(從心)을 넘어 올해 76세가 됐다. 눈가와 입가에는 세월을 머금은 미소가 깃들었다. 아마 종심의 뜻대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을 테다. 기업인이자 복지단체장, 대전 아너소사이어티 33호로 등록된 그다.

안 회장의 말투에는 겸손이 그대로 묻어났다. 봉사의 의미를 묻자 "받은 만큼 돌려줬을 뿐"이라고 간단히 답하면서 "배운대로 행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가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을 남다르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유년기에서 시작한다. 정확히는 안 회장의 어머니 덕분이라고 해야겠다. 어렸을 적,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안 회장의 모친은 집을 드나드는 행상이나 걸인들을 그대로 보내지 않았다 한다. 반드시 따듯한 밥 한끼를 내어 끼니를 대접했다. 어느 날 어머니께 연유를 여쭤보니, 어머니는 "어려운 이들은 도와주는 게 도리"라고 답했다. 안 회장은 자신이 걸어온 봉사의 첫 걸음이 그 때부터였다고 여기고 있다.

안 회장은 기업인이자 복지단체장, 대전 아너소사이어티로 등록돼 있다. ㈜대전프뢰벨 회장직을 맡고 있고 2014년 3월부터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맡았다. 이듬해인 2015년 1월, 대전에서는 33호로, 전국에서는 736호 아너소사이어티가 됐다. 한 기업을 경영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봉사단체를 이끌고, 1억 원의 거금까지 쾌척한다는 일이 가능한 일일까. 안 회장은 소탈한 웃음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안 회장은 "회사 경영은 아들이 주로 도맡아하고 있다. 언젠가는 사회봉사에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동안 경영과 봉사를 병행하면서다. 마침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직을 맡게 됐고 대전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기왕 일을 맡게 됐으면 열심히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득, 경기도 파주의 한 시골에서 태어난 그가 대전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안 회장은 "대전은 인심이 좋다. 충청도 인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것. 기부문화에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시민들의 기부참여율이 가장 높은 게 대전이다. 통상 기업에서 거금의 성금을 전달해 지역 모금액을 달성하기도 하지만, 대전은 유난히 시민들의 기부 참여율이 높다. 대전시민들의 덕분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아너소사이어티를 가입하게 된 계기도 궤를 같이 한다. 안회장은 과거 `왼손이 한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생각으로 조용히 봉사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직원들과 함께 조용히 작은 것부터 봉사에 나섰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맡게 되며 소외계층을 돕는 일을 사회적으로 보다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기게 됐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기부문화를 널리 퍼뜨릴 발판으로 삼게 된 것이다.

안 회장은 "아너소사이어티는 고액기부자다. 처음에는 가입을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일본 속담에 `드러누워 아이를 깨우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봉사를 권하고 실천하려면 본인부터 행동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장으로서 본보기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은 2011년 10월에 1호 아너소사이어티가 탄생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68명의 회원이 가입을 했다. 부부 아너소사이어티는 9쌍에 달하며, 유난히 30대에서 50대 연령층 가입률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안 회장은 "아너소사이어티 가입과 동시에 그 해 대전이 전국에서 가입 증가율 1위를 거머쥐었다. 가입도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가입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눈길이 가는 부분. 노년층은 부의 축적으로 경제적여유가 생기며 보다 가입이 재정적으로 수월할 수 있지만, 3040대 회원들은 터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거금을 기부한다는 점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년 여 간 공동모금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가슴졸이는 일도 많았다. 점차 기부심리가 위축되면서다. 지난해는 경기불황이 가속화되면서 매년 상향하는 `사랑의 온도탑` 모금액 목표를 처음으로 동결하기도 했다. 오는 31일이면 사랑의 온도탑이 종료된다. 이날 대전 사랑의 온도탑은 63.0도였다. 안 회장은 기부의 의미를 새삼 강조하면서도 사랑의 온도탑 모금액 달성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회장은 "경기불황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기부심리도 위축되는 게 사실. 하지만 기부는 이웃사랑의 근본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 지표로도 활용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정부법률에 의해 있는 단체다. 기부자들의 성금을 전액 현장에 전달하고 있다.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기부심리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전시민들에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과 기부를 독려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안 회장은 "아너소사이어티는 기부문화를 널리 알리는 하나의 방법. 지금까지 대전에서도 많은 분들이 가입을 해주셨지만, 앞으로도 더욱 많은 이들이 가입해줬으면 좋겠다"며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직을 5년 간 맡으면서 개인적으로 다양한 감동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본다. 주위의 이웃들을 내 가족처럼 보살피는 대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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