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국인] 마이클 브린 지음/장영재 옮김/실레북스/528쪽/1만9500원

영국 `더 타임즈`, `가디언` 등지에서 서울특파원을 지낸 마이클 브린은 한국과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저널리스트다.

36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고국보다 대한민국에서 산 세월이 더 길다. 푸른 눈을 가졌지만,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만큼은 누구보다 날카롭다.

브린은 20년 전 `한국인을 말한다`라는 책을 통해 사회와 경제, 정치적인 면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했다. 이번에는 한국인에 집중해 우리사회의 아픈 부분을 짚었다.

책은 `한국인은 누구인가`를 논하는 첫번째 키워드로 세월호의 비극을 훑는다. 그는 세월호를 써 내려가면서 `가라앉은 배는 탐욕스러운 한국의 상징이다. 탐욕의 대가는 무고한 인명의 희생이었다`, `사고의 표면을 걷어내자 불법 과적, 선박 소유주 가족의 횡령, 규제 당국의 태만, 비겁함 등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부패한 무능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며 거침없이 일갈한다. `예수와 토종 메시아들`이라는 키워드에서는 표현이 더욱 대담하다. `한국의 신자들은 자선과 타인에 대한 봉사보다는 종교를 믿음으로써 현생에서의 성공에 도움을 얻는 쪽에 더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성경을 공부하면서 남편의 승진을 위해 기도하는 한 소모임 교회를 비판한다.

그렇다고 비판의 날만 세우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은 창조적이며 멋지고 섹시한 사람들` 이라던가 `세계는 이미 한국을 선진국으로 간주한다` 등의 말로 칭찬을 한다.

또 브린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이룬 성취를 `세 가지 기적(경제적 성취와 민주화, 문화 한류)`으로 표현하며 한껏 치켜 세우기도 한다.

브린은 그러면서 "이 나라는 너무나 역동적이고 대단했다. 한국인들은 고대의 거대한 투석기에서 뒤로 잡아당겨졌다가 발사된 사람들처럼 미래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며 한국의 발전상을 평가했다.

이 같은 성과는 20세기 그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것이며, 한국처럼 20세기 들어 식민 통치에 시달리다 해방된 다른 피지배 국가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하고 믿을 수 없는 업적이었다는 점을 브린은 강조한다.

그는 2018-2019 격동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의 전망도 제시했다. 경제 발전을 일컬었던 한강의 기적이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두 번째 기적을 낳았으며 남한이 주도하는 북한과의 통일이라는 세 번째 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고 강조한다.

외국 기자들이 너무 역동적(too dynamic)이라고 지적할 만큼, 때로는 제도와 법마저 무시하는 한국인의 `뜨거운 기질`과 즉흥성, 포퓰리즘(대중 영합)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브린은 "이제 한국에는 국민 대다수가 원하거나 옳다고 믿는 것이라도 거스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이 거리 시위나 온라인 항의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아니며, 안정된 민주주의는 대의제도와 법치에 기반을 둔다는 것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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