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관련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상이 있다.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프리츠커상이다. 건축예술을 통해 인류와 환경에 공헌한, 현존하는 건축가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1979년 하얏트호텔 체인의 회장인 프리츠커 부부가 제정했다. 초기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건축가들에게 수여 되는 게 일반적 이었다. 그런 흐름은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바뀌기 시작 한다. 소위 유명 스타건축가가 아닌 사람이 상을 수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이 속한 나라와 지역에서 그 색을 드러내고 지역과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소외된 계층을 위한 의미 있는 작업을 해온 건축가들이다. 역대 프리츠커상 수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미국이고 그 다음은 놀랍게도 일본이다. 모두 6번의 수상 기록이다. 공동수상도 한번 있어 총 7명의 건축가가 이 상을 받았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 한명도 배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한국 건축설계업계의 사정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리츠커상 수여의 큰 흐름과 비슷하다. 한국 현대건축은 90년대 초반 서울에서 활동한 30-40대의 젊은 건축가들이 만든 4·3그룹이라는 모임 출신 건축가들이 얼마 전까지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그리고 스타건축가 주도의 흐름 이었다. 하지만 요즘 건축계의 흐름은 좀 다르다. 굳이 서울에서 어렵게 경쟁하기보다 자기 고향에서 자신만의 그리고 지역의 색을 탐구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능력 있는 지방건축가들이 많아졌다. 그 중 몇몇은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이들도 있다. 예전 같으면 매우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런 한국 건축계의 큰 흐름에도 불구하고 지역 건축가를 대하는 건축주들의 인식과 건축학과 학생들의 지역 건축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기만 한 것 같다. 특히 대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건축에 관심이 많은 건축주들의 경우 아직도 무조건 서울의 스타건축가를 찾는 경우가 많다. 몇 배의 설계비를 지불해서라도 말이다. 이제 대전도 서울의 건축가들에 결코 실력이 뒤지지 않는 건축가들이 많다고 자부한다. 서울건축가들에게 지불하는 설계비에 근접하게 지역 건축가들에게 지불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리라 생각한다. 그래야 지역의 소신 있는 건축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지역건축학과의 입학률도 높아질 것이며 졸업생들의 서울 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를 예를 들면 대전출신 학생은 10명 중 2-3명밖에 안 되는 실정이고 졸업후 진로를 보면 대부분 서울로 취직을 하거나 희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나마 대전에 남는 학생은 대부분 대전출신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니 대전의 건축사사무소는 항상 인력난에 허덕인다.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요즘 시대에 난감한 현실 이다. 이 문제가 해결 되려면 지역 건축가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이에 힘을 보텔 지역 건축주들과 학생들의 신뢰와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대전에서 한국 최초의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