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방치됐던 김 씨의 자택 / 사진=김성준 기자
동물들이 방치됐던 김 씨의 자택 /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 중구의 한 마을에서 개와 고양이 등 동물 70여 마리를 기르던 노인이 숨지면서 이곳에서 기르던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한 일이 벌어졌다. 주인을 잃은 동물들은 일부 길거리로 내몰려 유기동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대전 중구 유천1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마을주민 김모(62)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집 안에 사람이 죽어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독한 악취가 코끝을 찔렀고, 집안 곳곳에는 동물들 사체와 배설물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직 살아 있는 동물들도 한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채 방치돼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김 씨는 평소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을 앓아 병원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김 씨와 친분이 있던 지인 정모 씨에 따르면 김씨는 4년 전부터 해당 마을에 거주하면서 유기동물들을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독 주택 한 채에서 동물들을 기르기 시작했지만 점차 규모가 커져 지난해 여름쯤 단독 주택 한 채를 추가로 임대했다. 또 김씨는 비어있는 인근 모텔 1층의 외부공간까지 유기동물들 보금자리로 이용해 총 3곳에서 고양이와 강아지 70여 마리를 길렀다.

김 씨의 손에서 자라던 동물들 중 10여 마리는 김 씨가 숨을 거둔 뒤 굶주림과 질병에 노출돼 죽은 채 발견됐다. 나머지 동물들 중 일부는 김 씨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열린 현관문으로 탈출해 며칠간 길거리에 방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 이모 씨는 "갑자기 마을에 못 보던 개와 고양이들이 많이 늘어나서 당황스러웠다"며 "탈출한 개와 고양이들이 한동안 시끄럽게 울고 쓰레기통을 헤집어 놔 골치 아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 탈출한 동물들 중 일부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유기동물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 중구청 직원들에 의해 동물보호센터에 인계돼 있다. 이들이 지난 7-8일 이틀 동안 구조해서 동물보호센터에 맡긴 개와 고양이는 총 25마리다. 아직도 30여 마리의 동물들이 유천1동 인근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앞으로 나머지 동물들도 구조할 뜻을 밝혔지만 일부 동물애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물을 구조해도 동물보호센터에 맡기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동물보호센터의 수용시설은 포화상태에 있어 매년 많은 개체들이 안락사를 당하는 곳이다. 해당 센터의 안락사 건수는 2016년 1269건, 2017년 1383건, 지난해 1478건을 기록해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다.

동물들 구조에 참가했던 동물애호가 A씨는 "기껏 동물들을 구해서 동물보호센터로 데려가봤자 입양 안될 확률이 높아 곧 안락사를 당할 게 뻔하다"며 "저를 포함한 지인 몇 명이 현재 맡겨진 25마리 동물 중 일부라도 입양해서 다시 데려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동물보호센터에 맡기는 것 외에 근본적 대책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시 관계자는 "동물들이 가엾기는 하지만 시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동물보호센터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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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방치됐던 김 씨의 자택 / 사진=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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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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