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영 작가
김근영 작가
앞으로 약 2달간 미술에 관련된 글을 제의받고 이 복잡하고 난해한 세상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갈까 고민했다. 첫해를 맞는 첫 글인 만큼 거창한 미술의 담론보다는 대중들에게 하고 싶었던 단순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한다.

어떻게 하면 미술이 좀 더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 설 수 있을까? 이 난제는 미술인들의 오랜 숙제다. 어느 조용한 동네를 말도 안 되는 벽화로 가득 채워 놓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작품을 일상용품에 인쇄해 싸게 판매한다고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물론 대중들과의 거리감은 많은 책임이 미술인들로부터 시작된다. 일부 특수 계층의 미술에 대한 콧대 높은 자부심은 천천히 다루기로 하자.

하지만 과연 이 모든 것이 일방적으로 미술인들만의 잘못일까?

관람객들이 작가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나도 어릴 때 그림을 참 좋아했는데 못 그려서 그만 뒀어요"

이러한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잔`은 "틀리니깐 그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렘브란트도 그 유명한 다빈치도 있는데 왜 세잔이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릴까? 그것은 `현대 미술`이기 때문이다. 형태력의 시대에서 색과 감각의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똑같이 실물처럼 잘 그리는 그림만이 예술이고 작품이면 세상에 화가는 단 한명이면 족하다. 그림은 경쟁이 아니고 감성의 표현이다. 똑같이 그리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기능직이 돼 버렸다.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리얼리즘 작품들은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사물을 현실보다 더욱 현실처럼 그려내는 데 목적이 있는 그림이다. 그런 그림 앞에서 자신의 형편없는 데생력을 원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이 임재범, 이선희라서 노래방에 가는 것이 아니다. 즐겨라. 잘 그리는 것은 소질이 아니다. 반복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것은 초등학교 2학년생이 유치원생 앞에서 구구단 외울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 안타깝게도 몇몇 작가들은 그걸로 먹고 살고 있다. 여러분들이 형태력을 탓하며 미술과 멀어질 때 예술가가 아닌 미술 기능직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김근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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