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른 아침 단잠에서 깨어 집을 나선다. 사는 곳이 개인주택이건 공동주택이건 우리에게 집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정과 추억을 켜켜이 쌓아온 공간이다. 최근에는 구매자의 안목과 요구가 높아져 아파트의 내외부도 많은 변신과 진화를 거듭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지으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안전이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5층 아니라 10층을 올렸어도 다시 허물어야 한다는 게 내 평소 신념이어서, 실제로 이를 감행한 적도 있다. 하물며, 국가경제도 마찬가지이다. 기초부터 튼튼하지 않은 경제구조는 언젠가는 부실로 드러나고 작은 충격에도 사상누각처럼 허물어지고 만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래지 않은 과거에 지켜봐 왔다. 지난 연말, 연일 경제계 인사들이 올해의 경제에 대한 우려를 강도 높게 쏟아놓았다. 그러자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반영이라도 하듯 연말의 거리는 그 어느 해보다도 스산해 보였다.

그러나 지레 겁을 먹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큰 난관이 발목을 잡았던 경기부진 속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시대로 진입했고 K-POP은 세계 속에 우뚝 섰으며,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공존공영의 전기를 마련하는 등 작지 않은 성과를 일궈냈다. 앞으로, 경제와 사회정책을 연결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이루고자 하는 정부의 비전이 경제계와 다소 상충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빨리 내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신뢰를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 이전 어느 정권에서도 해보지 않은 시도를 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을 여론의 뭇매로 단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나는 아주 어린 나이에 단지 먹고 살기 위해 멋모르고 건설업에 입문했다. 그리고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다행히 업계에서 살아남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나 역시 우리 경제의 많은 부침에 허덕이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우리 회사`는 말 그대로 나만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 임직원과 또 그 가족들을 책임지는 회사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그 오랜 세월은 무엇 한 가지 허투루 할 수 없는 날 선 시간들이었다. 이렇듯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이 어느 땐 몹시 힘에 부치지만 임직원과 지역을 돌아보며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버텨왔다. 이는 나뿐 아니라 모든 기업인들의 공통된 생각 이리라.

이제 올 한 해 기업인이 추구해야 할 것은 상생과 혁신을 통한 재도약뿐이다. 또한, 장기화될지도 모를 미·중 무역전쟁을 대비해 기업의 체질을 지속 가능한 쪽으로 변화시키려면, 조직의 유연성과 더불어 구성원 마인드를 점차 선진화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도 기업인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격려해줄 때, 함께 성장·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경제는, `거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정성욱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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