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돼지는 풍년과 다산(多産) 그리고 재력의 상징이라고 한다. 특히 60년 만의 황금돼지라 하니 나에게도 무언가 특별한 기대를 해 본다. 새해 벽두부터 뒤숭숭한 뉴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 옆에서 편의점을 하는 친구의 세밑 얼굴 표정도 예와 같지는 않았다. 황금돼지처럼 에너지를 주는 아름다운 스토리로 넘쳐나는 좋은 해가 되길 바란다. 필자는 금년이 아홉수의 해이다. 우리 나이로 예순 아홉이다. 살아가면서 아홉수의 해를 잘 넘겨야 다음 10년을 잘 넘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연유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지만 건강, 사고 등 모두 조심해야 할 나이에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산촌에 사니 낙상사고와 운전 그리고 폭염속의 농사일 등 조심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라. 또 있다. 뻔질나게 다니는 러시아, 중국, 베트남에 가더라도 보드카, 백주 같은 독한 술을 마구 부어 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올해부터 75세 이상의 고령자들은 운전면허 갱신 및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바꾼다고 한다. 아예 일본처럼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100세 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주변에 돌아가신 분들의 나이를 보아도 80대는 드문 편이고. 90대 후반이 가장 많다. 100세를 넘긴 분들도 예전보다 많다. 얼마전 방ㅇ송에서 김형석(100) 철학자의 `인생을 살아보니`란 강연을 봤다. 김 철학자의 "살수록 행복하다"는 말이 부럽게 들린다. 요즈음 `100세 건강시대` 의 소리를 자주 듣다 보니 왠지 나도 100세까지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나는 할 수 있다(I can do it)" 정신으로 우선 스마트 폰에 만보기 앱을 깔았다. 하루 1만보 이상 걸은 날은 몸이 가볍고 정신이 맑으며 잠도 잘 온다.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은 신체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학교는 수업을 서서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필자는 공직에서 은퇴 후 7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쌀농사도 짓고, 마늘, 깨, 감자 등 모든 작물을 가꾸며 거의 로컬 푸드로 섭생하고 있다. 벼농사는 물꼬를 매일 봐주어야 하니 눈 만 뜨면 논에 간다. 특히 물렁물렁한 논두렁을 자주 걷다 보니 허리와 척추 건강에 좋은 것 같다. 한 때 유행했던 마사이 신발의 아이디어도 우리나라의 논두렁 길 걷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것이 농사다"라는 말을 믿고 있다. 자주 가서 보살펴주니 역시 좋은 결과이다.

그간 운이 좋아 지방의 대학과 국제교류단체 등에 나가며 소일했다. 지난 9월부터는 실업급여 받으며 반도체, 화장품회사를 다니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기업들은 수익이 되는 모델을 만들어가지고 들어오라는 느낌이었다. 여행이나 하며 보내려 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날아드는 건강보험, 부동산 세금 등 고지서 쪽쪽이 숫자가 달라져 부득이(?) 진로를 수정했다. 고향의 중소기업 가운데 해외 마케팅이 필요한 곳을 도와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는 폭넓은 세상과 접촉하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30년의 삶을 개척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 에는 아예 집에 PC를 군 출신의 젊은 행정사사무소로 옮겨 놓았다. 또 여차하면 따뜻한 남쪽, 박항서 슈퍼매직의 호랑이 굴로 들어가 베트남어 배우며 아세안 지역전문가가 되어 보는 생각도 굴뚝같다.

지난해 말 일본 영화 `인생 후르츠`를 보았다. 65년을 함께 한 일본 노부부의 찡한 다큐멘타리 스토리로 마치 30년 후 내 모습을 그려보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이 읊조린 대사가 떠오른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천천히 인생이 맛있게 영그는 30년을…" 새해 모두 내려놓고 자연과 함께 건강한 삶을 살아 보려나.

김현중 대전시외국인투자유치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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