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물건을 훔치러 남의 집에 들어간 도둑이 주인에게 들켰다. 주인은 큰 소리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웃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도둑은 몽둥이를 집어 들며 "도둑 잡아라"하며 피해자인 척 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의 유래로 추측되는 이야기다.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사건`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우리 군이 해상에서 벌인 인도적 구조 활동을 저공 비행으로 위협한 일본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영상을 방위성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고 한다. 교묘하게 우리나라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국제적인 `가짜뉴스`다. 국방부는 이에 맞대응해 일본의 부당한 행위를 다국어로 영상을 제작해 국방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지속해서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해자면서 피해자인 척 하는 일본의 모습은 아주 익숙하다. 1941년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에 있던 미국 해군기지를 기습 공격했다. 공격 당일까지도 미국과 자산 동결 문제 협상으로 벌이면서 뒤통수를 때렸다. 항공모함 6척, 전함 2척, 순양함 3척, 구축함 11척이 하와이로 향했고 비행기 360대가 출격했다.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아무런 준비 없이 공습을 당한 미국은 함선 18척이 손상되거나 침몰했고 180대가 넘는 비행기가 완파됐다. 군인 사망자만 2300명에 달했다. 2주 후 미국은 일본에 선전 포고를 했다.

수년간 전쟁이 이어졌고 미국은 일본에 항복하지 않으면 원자폭탄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이를 무시했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의 위력을 보고 나서야 백기를 들었다. 그 이후 일본의 행보는 가관이다. 진주만 습격에 대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오히려 원폭 피해자 코스프레에 열을 올렸다. 국민들에게도 제대로 된 역사를 일부러 가르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을 일으켰던 전범들 중 상당수가 기득권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양 제국주의로부터 아시아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며 큰 소리를 쳤다.

1980년대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문화산업 역량도 동아시아에서 가장 앞섰다. 그러나 K팝, 한류드라마와 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제국주의 시절 행한 악행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적반하장보다 더 찰진 우리말 표현이 있다. 똥 싼 놈이 성 낸다.

이용민 지방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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