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대신 세종시 집무실 설치가 `부동의 0순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 불발에 따라 여야 정치권 차원의 공방을 낳게 됐지만 그 부분은 크게 괘념치 않아도 된다. 길게 멀리 보면 행정수도 완성으로 내달리고 있는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공간을 두는 것을 전제로 이에 대한 로드맵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합리적임을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광화문 시대 공약 보류의 불가피성은 인정해야 한다. 보안, 경호, 대체부지 확보 등 난제가 한 두가지가 아닐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가치와 배치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럼 점에서 역설적이지만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접은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광화문 못지 않은 세종시라는 훌륭한 대체재가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논의를 발전적으로 승화시킨다면 세종시에 대통령 제2 집무실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은 없다. 세종시 총리 공관 위쪽 17만㎡의 후보지가 예비돼 있어 이미 멍석도 깔려 있다. 이게 현실화될 경우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서 위상과 지위를 굳건히 하게 된다. 총리와 상당수 정부부처가 자리를 잡은 지 오래인 데다 올해 예산에 국회분원 예산이 책정돼 국회 주요 기능이 세종시에서 작동될 것임을 예고하는 마당이다. 여기에 대통령 집무실이 내려온다면 화룡정점을 찍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전 유성 출신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세종집무실, 나아가 세종 2 청와대를 설치한다면 지역균형발전의 강력한 추진로켓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둔다면 헌정사의 일대 기록이 될 것이다. 행정비효율 극복과 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강화 등 세마리 토끼를 잡는데 이를 능가할 회심의 카드는 없다고 여겨진다. 정부와 정치권의 용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