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배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집 사람 일하니?" "두어 달 일하고 한 달 쉬어요." "투플러스원(2+1)이구나. 다 그래." 연전엔 아내만 그런 줄 알았는데, 21세기 한국 주부 상당수가 `2+1노동` 중이었다. 왜 끈덕지게 일을 못해? 의아한 이도 있겠지만, 엄마들은 `2+1`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아이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싶기가 무섭게 아이 과외비가 호환마마처럼 다가온다. 엄마는 학원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일자리를 구한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의 세월 동안 경력 단절 여성이 되었다. 무슨 `맥`(脈)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미혼 때의 경력을 살리는, 재능을 살리고 보람도 얻을 수 있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인……, 암튼 마음에 드는, 흡족한 직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언제든지 주부들을 환영하는 일들이 있다. "구인광고 보고 전화했는데요……" 하자마자 어서 와보시라고 하는 곳들. 형식상 이력서도 내고 면접도 보지만 거의 일단 채용된다. 바로 3D업체들이다. `Dirty`하고 `Difficult`하고 `Dangerous`한 일을 하는 곳. 콜센터, 청소, 간병, 식당, 캐셔, 판매, 노가다, 도우미, 공장……

이 일들은 깨끗하다 할 수 없고 어렵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노동의 대가도 아주 적게 받는다. 갖은 까닭으로 덜 주려고 한다. 고용주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줄 수밖에 없기는 하다! 고용주는 정부·법 탓을 하는데 확실히 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돈보다 더 문제는 이런 일들의 속성상, 무수히 받는 상처다. 육체적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 고용주에게만 받는 게 아니라 소위 중간관리자한테도 받고 동료끼리도 주고받는다. 물론 가장 큰 상처를 주시는 분들은 `고객님`들이다. 상처로 너덜너덜해지니 사흘 넘기기 어렵고, 삼 주 버티기가 어렵고, 석 달 넘기기가 벅차다. 3D노동은 본디 (한 곳에서 오래 일하기가 힘들어) 잦은 퇴직과 이직이 당연지사라는 얘기다.

다시 직장을 구하기까지 한 달 가량 걸리는 것도 당연하다. 두어 달 일하는 동안 몸과 마음이 상당히 고장 났기에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그 고생을 했으니 다음 일할 곳을 찾을 때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오래 쉬지도 못한다. 엄마가 버는 돈은 `학원비+알파(대출이자)`라고 보면 틀림없다. 엄마는 쉬어도 아이가 학원을 쉴 수는 없기 때문에, `2`달 일한 후, 쉰다기 보다 전전긍긍하는 기간이 길어야 `1`달인 것이다.

대우가 웬만하고 사람대접 해주고 보람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동의 기쁨을 주는 업체라면 당연히 그만두거나 옮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개의 엄마들이 `2+1`이라는 것은 가는 곳마다 대우가 웬만하지 않고 보람을 얻기는커녕 상처투성이가 된다는 증거다. 물론 한 번 들어간 곳에서 오랜 기간 일하신 분들도 숱하게 계시다. 직장이 괜찮은 곳인 경우라면 그런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인내심이 뛰어난 경우라면 그분들의 인내심 때문에 투플러스원 엄마들이 모욕 받아서는 안 된다. 참는 게 능사만은 아니다. 못 참고 나올 수도 있다! 사실 못 참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뤄지는 게 개선이다.

투플러스원 아내를 둔 남편의 마음도 편할 리 없다. 돈은 남자만 벌어야 한다는 가부장적 혹은 마초적 사고를 가진 이뿐만 아니라 당연히 같이 벌어야지 생각하는 이라도 아내의 밤새 끙끙 앓는 소리를 견디기 쉽지 않을 테다. 투플러스원 엄마를 둔 자식의 마음도 편하지 않을 테다. 엄마 노동을 긍휼히 여겨 공부를 열심히 해주면 좋겠는데 성장하는 마음의 복잡함을 어찌 짐작하랴. 하지만 자식들도 분명히 알고 있을 테다. 자기들이 동수저급 흙수저급 경쟁이라도 하려면 엄마가 최소 투플러스원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의 엄마들이, 3D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이, 보다 정당한 대우를 받고, 보다 상처를 덜 받으려면, 3D업계가 보다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개선되어야 한다. 법부터 제대로! 국회의원들이 3D노동을 해봐야 정신 차린다.

김종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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