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화제인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는 중학생 수환이 엄마는 아들에게 "엄마랑 1분만 누울까? 우리 아들, 일루 와봐. 예뻐라, 내 새끼! 이렇게 예쁜 아들이 어디서 왔을까?"라고 묻는다. 이에 수환이는 "엄마 뱃속에서 왔지"라고 답한다.

아들의 대답에 흡족한 엄마는 "아유, 예뻐라! 아들... 엄마는 `수환이가 아빠처럼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우리 아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거 보면 `그냥 행복하고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바뀌어. 사실 엄마도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라고 이야기 한다. 엄마의 말에 수환이는 "근데 왜 나한테 맨날 공부, 공부 그래? 맨날 들들 볶잖아!"라고 말하고, 엄마는 "그러게… 이게 맞나 싶다가도 답이 없잖아… 엄마가 미안해"라고 한다.

수환이 엄마는 아들이 못하는 공부를 붙잡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씨름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나 하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는 반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를 닦달해 남편처럼 아들도 의사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부모는 누구보다도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자녀가 `아주 조금만 더` 분발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텐데 하는 마음에 눈을 질끈 감고 채찍질하고 싶은 마음 또한 크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드루 솔로몬은 저서 『부모와 다른 아이들』(고기탁 옮김, 열린책들)에서 모든 양육은 두 가지 행위를 포함한다고 했다. 첫째는 자녀를 변화시키려는 행위이고, 둘째는 자녀를 지지하는 행위다. 먼저, 부모는 자녀를 교육하고, 예의를 가르치고 도덕적 가치관을 심어주면서 자녀를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또 한편으로는 자녀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북돋아 준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이 두 가지 역할을 하며 자주 딜레마에 빠진다. 자녀의 어떤 면을 변화시키고, 자녀의 어떤 면을 지지하고 축복해야 하나? 부모는 경쟁사회 속에서 자녀가 자랑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녀를 채근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고, 또 다른 면으로는 자녀가 타고난 개성과 강점을 살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살기를 바란다.

이런 두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든 부모들 중에는 `장애`를 지닌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있다.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를 지닌 자녀와 부모가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들이 다르지만, 장애를 지닌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항상 갈등하며 힘겨워한다. 이 때 장애자녀의 부모가 갖는 갈등은 자녀를 경쟁사회에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려놓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 아니라, 되도록 자신의 자녀도 비장애인과 같이 만들어서 차별받지 않고 평범한 행복을 누리도록 하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평생에 걸쳐 어떤 차별과 불편함과 설움을 겪는지 잘 알기 때문에 자녀의 장애 특성을 내 노력으로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정성을 모두 쏟아 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를 가진 자녀의 부모와 비장애인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딜레마의 내용은 얼핏 보면 다른 것 같지만 본질은 같다. 그것은 현재의 자녀의 모습이 아니라 더 나은 자녀의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자녀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하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은 너무도 당연하고, 그러한 부모의 기대와 노력 속에서 자녀는 조금씩 자라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아이의 모습을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시선으로 봐주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 엄친아의 모습을 꿈꾸며 한숨짓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의 마음은 어떨까. 자녀들은 이런 환경에서 행복할 수가 없고,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녀들은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 드라마 속 수환이 엄마처럼 갈등하는 많은 부모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경쟁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당하며 치이는 생활을 해도, 부모가 `괜찮아!`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지지해 줄 때 자녀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성숙해질 뿐 아니라, 결국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자녀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인 `괜찮아!`가 늘 필요하다.

전혜인(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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