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성 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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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매일 찾아오는 아침이지만 신년벽두에 맞는 아침은 의욕이 넘치고, 힘차고 더욱 새롭다. 올해는 기해년(己亥年)으로 십이지(十二支)의 열두 번째 동물인 황금돼지띠의 해이다. 천간의 기(己)는 토(土)에 해당하고 색깔로 보면 노란색 또는 황금색을 뜻한다고 해서 올해 기해년이 황금돼지띠의 해가 되는 것이다. 풍요를 의미하는 황금과 돼지가 만났으니 좋은 일들이 있을 거라고 기대해보며 저마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소원과 희망을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염원했을 것이다. "부디 올해는 만사형통하기를…"

공직에서 30년 넘게 몸담고 있다 보니 우리 사회가 만사형통(萬事亨通)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을 보면 국가와 사회가 마련한 탄탄한 제도적 틀 안에서 개개인은 그저 주어진 일상의 삶터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성실히 채우며 살아간다. 흔히 말하는 시스템이 받쳐주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리 되었으면 한다.

시스템이란 말은 소프트웨어나 제어부분, 전자전기 부분 등에서 주로 쓰이던 용어로 상호접속 된 요소들의 집합체를 말하며, 조직화된 전체 또는 부분들이 모인 하나의 전체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각 분야마다 기능과 역할이 확고하며 제자리가 있어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수 있어야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우리 사회도 분야별 직능별로 정확한 사명을 세우고 견고한 핵심구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인재들을 그 구조 안에 등용함으로써 투자 대비 사회적 성과가 효율적으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찾아가는 자리가 아니어야 하고, 흑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말이 오가지 않았으면 한다. 오롯이 그 자리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자신이 만든 틀에 사람을 재단하는 무자비함과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집을 짓고 살던 강도였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이 만든 철재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자기 틀에 맞추어 남을 억지로 맞추려는 행위나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신의 틀을 바꾸지 않는 횡포의 상징적 대명사이다. 사실 철재 침대를 짜놓긴 했어도 사람을 무조건 자기 틀에 맞추다 보니 단 한명도 살아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기준도 융통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 근간의 핵심구조가 우선시 되는 것이며, 그에 맞는 인재들을 제자리에 들이는 부분이다. 이제는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아닌 적소적재(適所適材)의 사회운용 구조로 만들어가야 만사형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래야만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그에 걸 맞는 인재들이 길러질 수 있으며 도전할 수 있고 기회가 찾아오는 공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제 기해년 새해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적소적재(適所適材)의 패러다임을 실행에 옮겨보자. 전 제너럴일렉트릭크레디트의 CEO였던 래리 보시디는 기업마다 성과의 차이가 나는 것은 미션이나 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성과로 이끌어내는 데까지의 실행력의 차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선진국을 부러워하고 있지만 미래세대는 보다 안정되고 공정한 좀 더 진일보한 사회에서 그 혜택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하여 함께 만들어 보자.

각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격동이 예상되는 올해에는 그 자리에 합당한 인재들이 제자리를 찾아 열정적으로 일함으로써 보다 진화한 황금빛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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