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팀장
이희준 팀장
최근 대전에서는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함께 활용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 첫째 이유는 문화재적 가치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시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건축양식과 구조 등 건축물 자체의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으며, 건축에 담겨진 소소한 스토리들까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아울러 근대건축물의 보존이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시 되고 있다.

둘째, 좋은 관광 상품이 되고 있기도 하다. 군산, 강경, 목포와 같은 도시들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미 군산은 `근대`를 주제로 한 관광개발사업의 선두주자로 나섰고, 강경과 목포는 최근의 트렌드인 도시재생 뉴딜과 접목해 단순한 관광개발 차원이 아닌 복합적인 도시재생을 도모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셋째, 민간의 경우 상업적 차원에서도 접근하고 있다. 현대 건축물과는 다른 근대건축물의 독특함과 그 안의 이야기들을 적절히 담아내어 카페, 식당, 소품 가게 등 상업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좀 더 진중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공공성 차원의 활용도까지 발전시키려는 움직임들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근대 도시로서의 대전은 철도의 부설과 그 궤를 같이 한다. 1904년 경부선 철도의 부설과 함께 발전하기 시작했던 대전은 호남선 철도의 부설과 충남도청사의 이전 등으로 급격한 팽창과 함께 도시로서의 뼈대를 갖추게 되었다. 이후 대전역에서 충남도청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양식의 건축물들이 빼곡히 들어차게 되었다. 해방과 함께 얼마 되지 않아 발발했던 한국전쟁은 화려했던 근대도시 대전의 건축물 대부분을 폐허로 만들었지만 전후 복구 과정을 거치며 지역의 1세대 건축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우남도서관, 대흥동성당과 같은 수작들이 지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기억들 때문인지 혹자는 대전을 `근대건축의 도시`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동안 대전시는 `근대건축물에 대한 정책이 미흡하다` 내지는 `근대건축물에 관심이 너무 적다`는 비난을 적잖이 받아왔다. 사실 근대건축물 보존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 할 등록문화재 제도가 2001년 도입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대전시는 적극성을 보이며 단기간에 많은 수의 근대건축물을 등재하여 한동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등록문화재가 있는 광역자치단체 지위를 가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뾰족집의 이전 복원 과정과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공개입찰과정에서 시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던 부분이 다소 있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철거되거나 철거 예정인 근대건축물에 대해 적절한 해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대전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광역자치단체 대부분은 근대건축물 담당부서가 모호하다는 점과 근대건축물에 있어서 `근대`라는 정의 자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인 개체 수 증가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근대건축물의 체계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우선 적절한 대상의 범위가 설정되어야 한다. 조속한 전수조사 및 가치 판단을 거쳐 등급을 분류하고,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건축물은 과감하게 제도권에 포함시키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기록으로 남겨두면 될 것이다. 아울러 늘어나는 보존 대상의 적절한 관리를 위해서는 증가하는 개체 수에 비례한 예산 및 인력지원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주요 거점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근대건축물에 대하여는 시가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근대건축물의 수가 많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집적도가 떨어지는 대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은 소유자 원칙이라 하지만 가끔은 시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근대건축물에 대한 논의를 할 때 보존과 활용을 동전의 양면과 같이 다루거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보존을 언급하기도 한다. 잘 보존된 근대건축물을 활용하는 일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 특별한 활용 보다는 지속적인 활용에 방점을 찍었으면 한다.

문학평론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사람은 건축이 없어도 생활하거나 예배할 수 있다. 그러나 건축 없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릴 수는 없다"고 했다. 근대건축물을 보존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보존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근대건축물의 활용 방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희준 대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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