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 靑春 (청춘실험실)

대전일보 1층 갤러리 카페 Lab MARs (랩마스) 전시관
대전일보 1층 갤러리 카페 Lab MARs (랩마스) 전시관
영화 `변산`의 주인공 학수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래퍼`의 꿈을 위해 사는 `흙수저` 청년이다. 그는 힙합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 고향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서울이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자신에게서 고향을 지우려한다.

가난해서 보여줄 것은 노을 밖에 없고, 해준 것 하나 없는 고향이 원망스러운 그였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에 고향으로 강제소환 된 학수에게 고향친구 선미가 말했다. "너는 정면을 안봐. 그것은 고향에 대한 예의가 아니여"라고. 고향에서 그의 가장 뜨거웠던 학창시절을 마주한 그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 성공한 래퍼가 됐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올 겨울은 청년들에게 유난히도 춥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청년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용한파를 녹이기엔 역부족임을 여러 연구결과가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충청의 청년들은 거친 땅에서 봄의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처럼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고용한파를 녹이고 있다. 본보는 연중기획 `청춘 실험실`을 통해 청년사업가, 콘텐츠크리에이터, 인디밴드, SNS스타(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들과는 다른 삶을 만들고 있는 충청의 청년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충청의 청년=충청의 청년은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에 주소지 또는 터전을 두었거나, 이 지역을 고향으로 둔 청년을 뜻하는 포괄적인 단어다.

어떤 청년에게 충청은 학수처럼 `금의환향`을 꿈꾸는 고향일수도, 생계를 유지하고 성장하는 `터전`일수도 있다. 충청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거나, 타지에서 "나는 충청도여"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충청에 정체성을 둔 사람들이 바로 충청의 청년이다.

통계청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충청권에 주소를 둔 만 15-34세 청년 인구는 147만 8300여명이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인구는 충남 19만 1700여명, 대전 14만 1200여명, 충북 12만 3100여명, 세종 2만 3100여명 선이다. 대전·세종·충남·충북 순으로 각 시도 전체인구의 28.7%, 26.1%, 25.5%, 25.7%가 청년인 셈이다.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년의 수를 더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청년은 힘들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실업률은 2008년 7.4%에서 2011년 8.7%, 2014년 10.2%, 2017년 11.3%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구결과 대전지역 청년 고용률을 보면 2018년 3·4분기 15-29세 청년 고용률은 38.8%로 43%대를 유지중인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 청년층 비정규직 비율은 여타 지역에 비해 높고 임금수준은 낮으며, 시간제 근로비중이 높아 근로시간은 짧은 편이다. 대전의 청년인구가 최근 3년간 연평균 5000여명이 줄어들었다는 대전시의 발표가 열악한 지역의 고용환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간된 책 `청년 흙밥 보고서`에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그중에서도 가장먼저 끼니를 포기하는 청년들의 현실이 담겨있다. 가난한 청년들은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필요한 학비와 학원비 대신 가장 포기하기 쉬운 식사를 포기한다. 보릿고개 시절도 아니고, 밥을 굶는다니. 다소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연애, 결혼, 주택구입 등 N포는 기본이다. 취업을 위해 성적, 외국어, 자기계발, 심지어 외모까지도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식단부터 줄인다.

이는 충청의 청년들의 금의환향 또는 충청의 경제를 견인하는 `주축`으로 바로 서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청년들은 지금 그들을 뜻하는 청춘(靑春), 만물이 푸른 봄을 기다리며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봄을 앞당기는 청년들=하지만 경제 한파 속에서도 독특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봄을 앞당기고 있는 충청의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입시, 대학, 취업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일반적인 취업 단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SNS에 글을 연재하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SNS스타 작가에서부터, 유튜브를 대표하는 먹방(먹는방송)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학 예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분야를 만들고 있는 예술가까지 직업의 분류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 첫번째 주인공은 94년생 젊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리안(25·LEEAN·본명 강소정)이다. 세종시 출신인 그는 41만 명의 국내외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크리에이터다. 자취방 한켠에서 낡은 소니카메라와 노트북으로 시작된 그녀의 꿈은 1년 6개월 만에 `인플루언서(영향력있는 개인)`의 책임감이 됐다. 일년 동안 본보가 만날 충청의 청년들에게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 더 나아가 그들을 위한 기성세대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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