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는 아니꼬울 정도로 인색한 사람을 얕잡아 본다는 뜻의 명사다. 흔히 구두쇠와 비슷한 의미로 쓰여 지지만 두 단어의 쓰임은 다르다. 자린고비는 자기 자신에게 인색한 사람을 뜻하고, 구두쇠는 남에게 인색한 사람을 말한다. 자린고비의 뜻도 흔히 상용되는 부정적인 의미의 명사와는 다른 긍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린고비는 정말 존재했고 부자가 됐을까.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는 조선 후기 근검절약의 대가로 알려진 자린고비 조륵 선생(1649-1714년)의 유래비가 있다. 그의 절약정신을 기리고 국가 경제위기 극복의 정신적 지주로 삼기 위한 뜻을 기리고자 음성군이 1998년에 세웠다 한다. 굴비모양에 새겨진 내용에는 근검절약과 함께 자선사업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초에는 어진사람의 뜻을 담아 자인고비(慈仁古碑)로 쓰여 졌으나 지나친 근검과 절약을 비약하는 뜻으로 이어져 지금의 자린고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조륵 선생은 지독한 구두쇠로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을 먹을 때 반찬으로 삼는 일화가 말하듯 주변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훗날 많은 재산을 모아 갑부가 된 그는 가난과 기근에 빠진 이웃을 돕는데 거의 모든 재산을 베풀었고 벼슬도 사양했으며, 자식들에게는 아무런 재산도 남겨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어렵고 굶주린 이웃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던 재산 증식의 고수였던 것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회단체를 비롯한 지방자치기관의 성금모금과 기부금 모금이 시행된다. 올해는 기부 참여와 금액이 예전과 다르게 저조하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성금 모금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한 각종 비리 등으로 기부를 불신하는 영향도 한 몫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국 17개 시%도지회에 `2019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했다. 내년 1월 31일까지 4051억 원의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기에 우리 사회의 정정당당함과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것 또한 돈의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당분간 차가운 한파가 이어지겠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꽁꽁 묶어 두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두쇠정신도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함께 나누고 살피는 한수 위의 자린고비를 진정 필요로 하지 않을까. 자린고비는 모두를 내어주고 진정한 부자가 됐다 한다.

김태완 대전북부새마을금고 전무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